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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의 불교 바람

기자명 혜민 스님
각 명문 대학 잇따라 불교과목 개설

학생들에게 교리-수행법 병행 지도


방학동안 느긋했던 생활이 새학기 시작과 함께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번 학기에는 불교학개론 강의를 맡게됐는데 대학은 맨하탄에 있는 뉴스쿨 대학이다. 이 대학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씨가 나온 메니스 음대와 더불어 파슨스 미대가 유명한 사립대학이다. 수업 첫날 한국에서 온 스님 교수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에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의 나이가 대부분 19~20살로 어리지만 불교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학교측의 요구에 정원을 15명 정도로 제한했다. 그런데 수업 첫 날 학생 6명이 수업을 꼭 듣고 싶은데 정원이 차서 등록을 못 했다며 통사정을 해 왔다. 어떤 학생은 여름 방학 동안 티베트 불교 명상 캠프에 다녀왔다며 자신이 준비된 학생임을 애써 강조하기도 했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겠다는데 매몰차게 내칠 수도 없고 해서 모두 다 받아 주었다. 그런데 두 번째 강의 날 또 다시 3명의 학생이 찾아와 자신들도 강의를 듣게 해 달라며 하소연을 했다.

불교는 이처럼 지금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비단 내가 가르치는 대학뿐 아니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프린스턴 대학, 그리고 석사 학위를 받았던 하버드 대학 등 모든 대학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매 학기 불교학개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12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년간 선불교학개론을 개설해 온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이보다 많은 200여명 가량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 대학 역시 불교에 관한 다양한 과목들을 개설해 놓고 여러 교수님들이 분야별로 가르치고 있다.

이런 관심의 결과는 달라이라마의 초청 법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주 일요일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법회에 무려 5만 명에 달하는 젊은 불자들이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운집했다.

수업 첫 날 나는 학생들에게 왜 불교를 공부하려고 하는지를 물어 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양 종교는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요하고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만을 요구하는데 비해, 불교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대답했다. 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 같아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런 학생들의 열성에 감복해 수업 셋째 날부터 수업 전에 학생들에게 20분씩 명상을 지도했다. 단순히 불교교리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데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수행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이 자라 사회인이 되었을 때에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기원했다. 천문학적인 돈과 무시무시한 무기를 앞세우고 지킬 수 있는 그런 평화가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비의 힘에 의한 평화가 진정한 평화임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되기를 빌면서 말이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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