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橋 - 사바세계와 불국토 잇는 사찰의 다리

기자명 탁효정
수락산(水落山)

송병완

도토리 삼남매 벌개미 취에 빠져
수락교(水落橋) 건너 귀틀집에 갔노라
부처는 잠들어도 염불 목탁소리라

물푸레 잎새에 새겨진 사연 읽고
장락교(長樂橋)에서 무병장수 빌어라
인생은 일장춘몽 즐기면서 살아라

현사시 안개에 수락산 아름다워
벽운교(碧雲橋)에서 구름 타고 올라서
하늘에 폭포마다 청아한 바람이라

외나무 다리서 구름 타고 나르네
신선교(神仙橋)넘어 깔닥재서 깔딱 깔닥
저승에 가거들랑 즐겁게 살아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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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선암사 승선교.

시골 소년과 서울 소녀의 따뜻한 마음을 이어주었던 징검다리, 그리움의 365일을 단 하루동안 이어 수많은 눈물이 비가 되게 만든 새들의 다리,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데 강력한 무기로 쓰였던 ‘우리가 태어났다’는 동네 앞 다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리는 어느덧 가슴 속 한 구석을 채우고 있다.

모든 사물들은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갖고 있으며, 저마다 자기만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나눔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다리다.

다리는 재료에 따라 흙다리, 나무다리, 돌다리로 나뉘며 형식에 따라 보다리, 구름다리, 징검다리, 다리 위에 누각이 있는 누다리(樓橋), 오늘날 남해대교와 같은 현수교의 원형이랄 수 있는 절벽과 절벽 사이에 줄을 가로로 걸쳐 만든 매단다리, 나룻배를 연결한 배다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리놓는 공덕 부처님도 칭송

산을 오르고 골짜기를 건너 절을 찾아갈 때도 많은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부처님은 다리를 놓아 사람들을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는 것을 큰 공덕으로 여겼다. 『잡아함』 36권 997경 『공덕증장경(功德增長經)』 서산대사의 『회심곡』에도 다리 짓는 공덕을 월천공덕(越川功德)이라 하여 칭송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네 옛 스님들은 절을 찾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절 앞에 다리를 많이 지었다.

사찰의 다리들은 대부분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상전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곤 하다. 절 다리들은 왜 바로 그 자리에 위치하는 것일까?

<사진설명>송광사 징검다리.

다리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우리가 건너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극락교(極樂橋), 해탈교(解脫橋), 능파교(凌波橋) 등 이 심상치 않은 이름들은 바로 이 곳이 불국토로 건너는 길목임을 암시한다. 즉 사바세계와 불국토를 연결하는 관문인 셈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우리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씻어야 한다. 이 곳은 부처님의 세계로 가기 위해 우리에게 쌓여 있었던 속세의 먼지를 씻어주는 정화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깊은 산 속 계곡을 끼고 있는 사찰이 많다보니 오래된 사찰에는 돌로 만든 구름다리가 많다. 계곡의 크고 작은 돌로 만든 무지개 모양의 다리는 절로 가는 눈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구름다리는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국보 23호)이다. 평면에서 자하문으로 향하는 이 돌계단에 왜 다리의 이름이 붙어있을까?

지금은 흙으로 덮였지만 750년경 청운교 백운교가 지어질 당시 불국사 주변에서 구품연지가 흘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곳이 흙으로 덮였고 지금은 청운교 백운교의 옛 이름만이 과거의 작은 개울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사찰 다리=마음의 다리

돌계단 위에 새겨진 연꽃과 중앙의 바둑판 무늬로 연결된 청운교와 백운교는 한국 석조예술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각각 33계단으로 이루어진 것은 삼십삼천을 지나 불국토에 이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청운과 백운, 즉 푸른 구름과 흰 구름을 타고 천상세계로 올라가는 것을 뜻하며, 다리 아래는 속세가 되고 위는 불국토이다.

<사진설명>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해남 대흥사에 가기 위해서는 제일장충교부터 심진교까지 8개의 다리를 거쳐야 한다. 이 8개의 다리는 부처님이 머물고 계신 땅 수미산으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 인간들이 살고 있는 남섬부주에서 수미산으로 가기 위해 7개의 산맥을 거치고 그 사이의 바다(향수해)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 사찰 다리의 백미로 꼽히는 승주 선암사의 승선교(보물 400호)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1698년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간절히 백일기도를 했으나 결국 뵙지 못하자 낙심하여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했다. 그 때 한 여인이 홀연히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대사는 자기를 구하고 사라진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셨다. 그리고 절 입구에는 6년이라는 공을 들여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세웠다고 한다.

<사진설명>통도사 홍예.

이 전설이 말하듯 승선교는 관음보살과 호암대사와의 거리를 극복하고 서로가 연결됨을 의미한다.

그렇다. 우리는 불국토를 향해 다리를 건넌다.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하나 하나 건너기도 하면서 결국 도달하는 곳은 바로 부처의 세계다. 그러나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필요한 줄은 알면서도 진정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는 모른다.

아무리 기도해도 만날수 없었던 관음보살이 자신을 진정 버리자 나타난 것과 같이…. 마음을 비우고 나를 버린 뒤 비로소 순수해질 때 그 공간만큼 우리 마음속에는 부처를 향한 다리가 놓여지게 된다.

사찰을 방문하여 대웅전을 향해 하나씩 다리를 건너면서 마음 속에도 부처를 향한 마음의 다리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자. 수많은 절에 있는 다리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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