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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만 쌓는다고 탑 되나 기도 있어야 진짜 탑이지”

기자명 공선림

14년 돌탑 쌓은 허 동 발 옹

“처음엔 사람들이 나보고 미쳤다고 했어. 왜 저렇게 돌을 쌓느냐고. 그때는 몸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돌을 쌓고 탑이 제대로 쌓여지니까 ‘잘한다’는 소문까지 나더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사는 허동발(78·사진) 옹은 14년째 돌탑을 쌓고 있다. 오랜 세월 쌓아서 이제는 산의 반 정도가 돌탑과 돌부처로 가득하다. 허 옹이 그렇게 집 근처 자신의 땅에 돌탑을 쌓게 된 것은 건강 회복과 자식을 위한 마음에서였다.

“어느 날 중풍이 온 거라. 그래서 오른쪽 수족을 못 쓰게 됐어. 조선팔도에 좋다는 약을 다 먹고 침을 수천대 놓았는데도 안 되는 거라. 그래서 공기 좋은 이곳으로 왔지.”


건강 위해 돌탑 쌓기 시작

허 옹이 가평으로 이사를 왔지만 오자마자 돌탑을 쌓게 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자식의 사업이 부도가 나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허 옹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돌을 쌓기 시작했다.

“부모라는 게 나이 들어서 자식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그냥 기도하는 거밖에 없더라구. 그래서 운동도 할 겸 돌 쌓는 것을 시작했지.”

풍을 맞은 뒤라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종일 움직여서 돌을 다섯 개 옮기는 게 고작이었다. 2년이 지나자 몸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져 거동이 편안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탑을 쌓는 일을 하다 보니 자식 일이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도 되찾게 됐다.


한 탑 한 탑 기도하는 마음으로

웬만한 사람들은 그렇게 높이 탑을 쌓지 못할 텐데 허 옹이 쌓은 탑중에는 사람 키가 훌쩍 넘는 것도 있다. 이렇게 돌을 무너지지 않게 쌓을 수 있던 것은 나름의 비결이 있기 때문이다.

“돌을 쌓은 지 1년쯤 됐을 때 어떤 스님이 지나가다가 내가 돌 쌓는 모습을 보더니 다가와서 돌 쌓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더군. 그 스님이 돌 쌓는 법도 알려주고 숯가루를 빻아 돌부처 눈을 만드는 법도 알려줬지. 그 스님 말씀대로 하니까 어디에서 봐도 부처의 눈이 마주보는 듯이 보이더라구.”

허 옹은 그 때 스님 법명을 물어보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허 옹의 돌탑에는 돌탑과 돌담에 부처님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탑에는 동물들의 모습을 그려놓기도 했으며 돌탑 사이사이에 부처님 상호를 그려 놓기도 했다.

“꼭 모두 부처님만 그린 건 아니야. 곰보도 있고, 입이 삐뚤어진 것도 있지. 모든 백성들이 다 편안하고 행복하라고 한 거야.”


탑마다 부처님 상호 넣어

허 옹이 처음 돌을 쌓기 시작했을 때는 자식 걱정과 자신의 건강을 기원했다. 매일 돌을 얹으러 오면 먼저 탑 앞에서 합장한 채 기도를 했다. 그렇게 자식 일을 위한 기원을 하다가 허 옹의 기도는 조금씩 커져갔다. 이제는 빨리 통일이 되기를 기원하고 또 모든 사람들이 편안해지길 기원한다.

요즘엔 허 옹이 만들어놓은 탑들이 유명해지자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탑을 쌓은 뒤 생긴 귀찮은 일이다.


통일 염원 돌탑까지도

그렇지만 허 옹은 일축해버린다. 오랜 세월 많은 정성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기도를 많이 하고 정성을 들인 탑을 파는 것은 마치 자식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팔고 살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자기가 기도해야지. 누가 쌓아놓은 걸 사면 기도가 돼나.”


공선림 기자 kn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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