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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 왜곡과 불교

기자명 이학종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한일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도 일본을 향해 강하게 시정을 촉구하고 있고,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국가인 동남아시아를 포함, 미주지역으로까지 이 문제가 확산되는 등 국제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았던 우리 정부도 최근에는 대사를 소환하는 등 전에 없이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왜곡하여 잘못된 역사관을 후손들에게 심어주려는 일본은 참으로 괘씸한 나라이지만 한편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 공부란 그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정확하게 사실 그대로를 배워 교훈으로 삼는데 의의가 있을 것인데도 말이지요. 거짓 역사를 가르치는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음을 일본정부와 극우세력들은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일본의 역사왜곡 강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면서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정작 우리는 어떠한가’라는 자성의 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고교 교과과정에서는 물론이요, 각종 국가고시 등에서 국사과목을 푸대접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역사교육에 있어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자조 섞인 지적들이지요. 이번 주(604호) 「법보신문」에서 윤청광 논설위원도 좥법보시론좦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따끔한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검정 결과에 대해 조계종 등 교계에서도 비난성명이 잇따라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맥락에서 우리 불교계는 스스로 반성할 점이 없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가(佛家)에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 무릎 아래부터 잘 살피라는 뜻이지요. 이 4자 어구는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기의 현재 위치, 자리를 먼저 돌아보라는 교훈을 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불교는 광복 반세기가 훨씬 지나도록 왜색의 그림자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총독부가 한국불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중앙종무원 제도가 총무원 중심제라는 제도로 변형돼 존속되고 있는 것, 주지가 절 살림살이와 수행승 뒷바라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보다 외려 큰스님으로 대접받는 풍토 역시 왜색불교가 남긴 잔영이 아니겠습니까. 일부 승려들의 도덕적 해이가 자주 회자되는 것 역시 대처식육을 허용했던 일본불교의 영향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왜색불교에 대한 저항에 몰두하다보니 자연히 원리적인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오랜 세월 불교에 흡수돼 내려온 산신신앙, 칠성신앙 등이 푸대접을 받는 등 불교전통의 단절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100여 개에 가까운 갖가지 종단이 양산되는 것 역시 종파불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불교와 무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할 때 남의 허물만 보지 말고 자신의 허물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역사왜곡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모습도 한번 되돌아보자고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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