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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 그 특별한 변신!

기자명 안문옥
“음...왠지 허전한데, 오늘 입은 티셔츠에 맞춰서 합장주 하나 끼고 나가야겠다” -인천 계산동 직장인 황정수(29)씨

“남색 코트를 하나 샀는데 옷에 맞춰서 할 수 있는 단주하나 사러왔어요. 이거 얼마예요?” -경기도 수서 주부 이재영(31)씨

“남자친구에게 받은 거예요. 이 단주 안차고 그냥 나가면 남자친구한테 혼나요.”-동덕여대 2학년 김선아(2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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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 염주는 부처님께서 으뜸으로 권한 신행도구 중 하나이다. 때문에 아주 오래 전부터 스님들은 염주를 불법(佛法)의 상징물로 여겼으며 언제, 어디를 가든 항상 몸에 지녔다.

옛 스님들은 직접 나무 열매를 따다 말리고 다듬어서 힘들게 하나의 염주를 소지했다. 그렇게 한 개의 염주를 손에 넣으면 염주가 닳고 닳아 그 모양이 다 하고 색이 바랠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물론 불자들도 예외는 아니였다.

염주는 ‘수주’ 또는 ‘송주’ 라고 해 일반적으로 염불이나 절의 횟수를 기억하는데 사용하는 구슬로, 기도할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신행도구이다. 『불설교량수주공덕경』에는 염주를 만드는 재료에는 철, 지주, 산호와 수정 등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보리수나무 열매로 만든 보리수 염주 알을 세면서 기도를 할 때 그 공덕이 가장 크다”고 했다. 또 『금강정유가염주경(金剛頂瑜伽念珠經)』에는 “염주구슬은 보살의 수승한 과보요, 꿰는 줄은 관세음보살을 표시하며 모주(母珠)는 무량수(無量壽)를 표시한 것이니 함부로 밟거나 넘지 말라”고 기록돼 있다.


다양화, 고르는 재미가 있다

그랬던 염주가, 세상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료, 모양, 가격까지 다양하고 풍부해져 그 용도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오백원부터 시작되는 염주는 가격 면에서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어 그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스님, 불자들도 한 개의 염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대여섯 개 또는 수십 개씩의 염주를 소유하고 있는 게 보편화 돼 있는 것이 현실. 사람들은 염주를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옷에 따라 선택하기도 한다.

<사진설명>염주를 고르는 외국인.

혹자에게는 패션의 도구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애정의 표현도구로 새롭게 그 사용범위가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염주는 불자들만의 불구 또한 아니다.


불자 소지품서 전 국민 애용품으로

남양주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은 얼마 전 미국에 머물다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스님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만자가 새겨진 염주를 손목에 차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그들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이 염주를 하고 다니면 행운이 오고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염주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말에 이제 염주가 불자들만의 신행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남불교대학 학장 우학 스님은 며칠 전 길에서 옴자가 새겨진 염주 달린 열쇠꾸러미를 하나 주웠다. 그런데 그 염주에는 십자가도 함께 달려있었다. 스님은 그 열쇠꾸러미를 보고 “종교가 화합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며 “타종교인들도 거리낌없이 소지품의 하나로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염주는 타종교인이나 외국인들도 거리낌없이 착용하는 소품이 되었다.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이 사용되기 때문일까. 그래서 손목이나 목에만 착용하지 않는다. 자동차 후시경에 염주를 달기도 하고 옷 또는 가방에도, 심지어 핸드폰에까지 염주가 달려있다.


염주디자이너 등장하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등장한 직업 중의 하나는 바로 염주디자이너이다.

서울 해성공예의 염주디자이너 정지현(27)씨는 “보편화되고 있는 염주 단주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과 재질로 만든 염주를 고안해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들의 기호에 맞춰 염주를 디자인하고 내 손안에서 새롭게 재탄생하는 염주를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염주가 붐을 일으킨 시기는 7, 8년 전. 정 씨는 “그때 크게 유행했던 단주는 벼락맞은 대추나무”라며 “그 즈음부터 대중들에게 염주는 신행용품에서 한발 앞서 패션의 도구로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염주에 담긴 깊은 뜻 알아야”

실생활의 소품으로 활용되고 언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염주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염주의 본래 의미와 뜻일 것이다.

한국불교 금강선원 총재 활안 스님은 “염주가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불자라면 염주를 하나의 소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염주 알이 한 줄에 꿰매어 있듯 인간들도 서로 인연으로 얽혀 상대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설명>법주사 경내 보리수에서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

염주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불자임을 타인에게 은근히 암시하는 것.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찌 되었건 절 집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염주가 세상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는 어떤 염주가 어떤 모양으로 세상을 구경하고 있습니까. ”


사진·글=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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