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각 스님의 인기 비결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의 법문에는 언제나 1000여명 이상의 사부대중이 몰려들어 스님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법회 내내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설법의 한 문구를 놓치면 옆 사람에게 ‘왜 웃지요’ ‘지금 한 말이 왜 나왔지요’라며 질문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세간에‘김제동’이 있다면 출세간엔 누가 있을까. 대중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아야 하고 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수행의 힘이 물씬 배어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어 최근 수년새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분이 있다. 바로 미국 출신 파란눈의 스님, 현각 스님이시다.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의 주관으로 11월 4일 ‘올바른 종교란 무엇인가’란 비교적 무거운 주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는 빛고을 광주의 스님과 불자, 대학생 등 2000여명 자리를 함께 해 주최측 기대치를 웃돌았다. 이 자리에는 가톨릭이나 개신교 등 이웃 종교인도 스스럼없이 스님의 설법을 경청해 스님의 높은 ‘대중적인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2시간 가량 계속된 이날 법문 역시 스님은 가히 어록을 만들만한 말로 시작해 좌중을 휘어 잡은 후 깔끔하게 회향했다. 스님의 어록 청중들의 웃음과 함께 끊이지 않았다.


▷“학교 선배 ‘부시’때문에 죄송합니다.”

스님은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회교 원리주의자이며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오사마 빈 라덴’과 ‘이라크의 화학 무기’를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잇따라 전쟁을 일으킨 부시 미 대통령도 예일대학교에 이어 하버드대학의 MBA 과정을 마쳤다. 스님은 학교 선배 부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지금 이라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 역시 “내 종교만 제일이라는 그릇된 생각 때문에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불신지옥 예수천국, 예수를 믿어라. 미국 아저씨! 왜 안 믿어.”(한국의 광신자) …“너 때문에”(현각 스님)

스님은 “기독교를 광신적으로 잘 못 믿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2년 전 지하철에서 겪은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하루는 지하철을 탔는데 한 쪽 편에서 “불신지옥 예수천국, 예수를 믿어라”는 광신자의 목소리가 시나브로 다가왔다. 스님은 광신자가 혹시 자신을 해할까봐 쥐죽은듯이 있었는데 이 광신자는 법복을 잘 갖추어 입은 스님에게 “거기 미국 아저씨 왜 예수 안 믿어, 안 믿으면 지옥 가”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는 것이다. 스님은 여러 말하지 않고 외 마디 ‘할’을 던져 이 광신자를 퇴치했단다. “너 때문에!”


▷“숭산 스님 가라사대 광신자를 만나면 눈을 지그시 감고 단전호흡만 해라.”

숭산 스님은 현각 스님의 스승이다. 스님은 예수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광신자를 만나는 일이 적지 않아서 하루는 숭산 스님에게 “광신자를 만나면 어찌해야 하나요”라며 스승의 혜안을 구했다.

“다른 것 할 수 있는 거 없어. 그냥 눈 지그시 감고 단전호흡만 하고 있어. 그러면 그 광신자 그냥 지나가. 들이마시고 내시고….”

현각 스님이 청중들에게 권했다.

“자 함께 합시다! 들이마시고 내시고….”

<사진설명>스님에게 질문하는 여학생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합니다. 나도 변합니다. 진리는 우리의 속에 있는 것입니다.”

스님은 법문 중 ‘나’에 관한 말을 특히 많이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그 변한다는 사실 자체는 진리이다. 현각 스님은 모든 사람 역시 이 변화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풀 한 포기, 움직이는 미생물에도 마음을 주고 자비를 실천하는 생활이 ‘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활이 올바른 종교 생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대한민국, 종교간 화합을 시험해볼 아주 훌륭한 밥상입니다.”

광주 강연의 주제는 ‘올바른 종교란 무엇인가’였다. 스님은 이 주제의 틀을 계속 유지하면서 대한민국을 종교간 화합을 시험해 보고 또 화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밥상에 비유했다. 이유인즉 오랜 전통의 샤머니즘과 그리고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다른 국가의 경우 어느 특정 종교의 세력이 지나치게 강해 이런 시험을 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종교, 영혼, 사람 등은 모두 언어이고 우리가 편하기 위해 정해 놓은 약속일 뿐이죠.”

스님은 종교를 바르게 믿고 따르는 것으로 “‘말’에 현혹되지 말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늘 깨어 있어야 ‘참 나’, ‘자신을 움직이는 주인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의 ‘말’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누구나 ‘부시’와 ‘빈 라덴’이 될 수 있다고 경계 하라고 했다.


광주=남배현 기자 ba7108@beopbo.com

광주지사=김경태 지사장 kkt@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