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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희수 하사 49재…“차별 없는 평등 세상 발원”

  • 사회
  • 입력 2021.04.18 22:16
  • 수정 2021.04.19 09:30
  • 호수 1583
  • 댓글 1

조계종 사노위, 4월17일 법련사서 49재 봉행
녹색꽃 리시안셔스 헌화·성별표기 없는 위패

“하사 변희수, 트랜스젠더 변희수가 아닌 인간 변희수라는 소중한 한 존재가 이 세상을 떠난지 49일이 되는 날입니다. 커밍아웃을 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정체성을 증명할 필요도 없는 아미타부처님의 세계에서 극락왕생 하길 발원합니다.”

고 변희수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전역 조치된 후 세상을 떠난지 49일이 됐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의 삶을 살고자 했던 고 변희수 하사는 냉혹한 사회의 편견속에 수없이 좌절해야 했다. 변 하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편견을 절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등 세상 실현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재차 확인되는 계기가 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가 4월17일 서울 법련사(주지 진경 스님)에서 ‘고 변희수 하사 49재’를 봉행하고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49재에는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을 비롯한 위원 스님들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고인의 유가족, 지인 등이 함께했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추념사를 통해 “군인이라는 직업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했던 변희수 하사가 안타깝게 이 세상을 떠났다”며 “다음 생에는 오롯이 변희수라는 한 존재로서 못 다한 삶을 살아가길 발원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님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됐더라면,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과 애통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 많은 소수자들이 혐오와 편견의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당당하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초석이 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이날 변희수 하사의 위패에 남녀 성별을 표기하지 않았다. 성소수자를 보는 관점이 생물학적으로 이분법으로 구분해 편협되고 악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헌화도 흰 국화꽃 대신, 녹색의 리시안셔스가 올려졌다.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으로 군을 사랑했던 고인의 뜻을 기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49재를 마련해준 불교계에 감사인사를 전한 후 “고인이 살아 함께 평등을 이뤄내기 위한 싸움을 이어나갔다면 더 값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국가와 군을 믿었기에 순탄치 않은 길임을 알았지만 용기냈던 변 하사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어 “불교는 모든 중생은 진리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평등의식을 갖고 있다”며 “정직하고 진실되게 군인이 되고자 했던 그를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로 대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변화하길 바란다”고 발원헀다.

고개 숙여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던 고 변희수 아버지는 “제 아이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49일이 지났다”며 “희수를 보내는 길에 함께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하다. 아이의 명예복직이 이뤄지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 하사의 유족들은 변 하사가 생전 제기한 전역 취소 청구 소송을 이어받아 4월15일 대전지법에서 첫 변론을 진행했다. 그러나 입증책임이 있는 군은 아무런 증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변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법정소송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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