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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자가 찾아낸 운허 스님 주석 ‘한산시’ 

  • 불서
  • 입력 2021.04.20 13:15
  • 호수 1582
  • 댓글 0

‘운허 큰스님의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 / 김연호 엮음 / 맑은소리 맑은나라

‘운허 큰스님의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

“묵언(默言)만 하면 후생(後生)을 가르치리. 산(山)에서만 산다고 지견(智見)이 나리. 풍상(風霜)에 병든 나무 큰 재목 않이 로다. 토우(土牛)가 석전(石田)을 갈아 쌀을 얻을까.”

운허 스님이 번역한 ‘한산시’ 중 안치한(贗緇漢, 가짜 승려)이다. ‘한산시’는 중국 당나라 때 여구윤(閭丘胤)이 국청사의 승려 도교(道翹)에게 일러 시승(詩僧) 한산의 작품 300여 수와 습득(拾得)의 시 약간을 모아 만든 책으로, 현재 310수가 전해지고 있으며 대부분 5언시로 구성됐다. 이 ‘한산시’에는 ‘안치한’처럼 스님들의 올바른 수행을 독려하는 내용은 물론, 출가수행자와 재가불자들이 새겨야 할 지침과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책 ‘운허 큰스님의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은 운허 스님(1892∼1980)이 직접 한글 역주한 ‘한산시’의 일부를 옮겼다. 운허 스님이 세수 63세에 이른 1955년 진주시 옥봉동 연화사에서 ‘한산시’ 일련번호 52번에서 247번까지 역주한 내용 중 94편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재가불교운동을 펼쳐온 김연호 우리는선우 제천지회장이 그동안 묻혔던 스님의 빛바랜 원고와 인연이 닿으면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운허 스님의 육필 원고와 몇 통의 서찰은 부산의 한 인쇄인 손에 들려지게 됐고, ‘한산자시’라는 제하의 이름으로 정리된 원고들은 그동안 인쇄되지 못한 상태에서 김연호 회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원고지에 붉고 파란 펜으로 쓰여진 운허 스님의 ‘한산시’ 원문과 풀이를 접한 김 회장은 이 원고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육필원고의 주인이 운허 스님이 맞는지, 운허 스님이 맞다면 이 ‘한산시’를 풀이한 장소는 어디이고 시기는 언제인지 등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그렇게 하나씩 확인 작업을 하면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고, 원고와 함께 입수한 몇 통의 서찰 중에서 “한산시 각불사는 완료되었습니다. 인쇄소는 아주 그만두었습니까?” 하는 대목을 통해 번역된 한시 문장의 출처가 ‘한산시’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1955년 무렵 발행된 우표가 붙은 겉봉에서 대략적인 시기를 확인했고, 운허 스님을 시봉했던 손상좌스님을 통해 운허 스님의 필체가 확실하다는 고증까지 받았다. 이에 김 회장은 이 시대 출재가 모두가 존경하는 운허 스님의 육필원고와 스님이 직접 역주한 ‘한산시’의 내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책으로 엮었다.

엮은이는 또 운허 스님을 중심으로 불교의 미래와 대중화를 모색하기 위해 모였던 15명 원로 스님들의 모임인 ‘남은돌 모둠(여석회)’의 행적을 사진과 자료로 함께 실었다. 여기서 한국불교의 미래를 염려하고, 유신난국 속에서 스님들의 활약도 엿볼 수 있다. 또 여철 스님의 ‘한산시와 운허 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에 대한 일고찰’을 부록으로 첨가해 근현대 한산시 한글번역의 흐름, 한산시 선집의 특징 등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 책을 엮은 김연호 회장은 제천 지역에서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 등 사회활동을 펼치고 재가불교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실천하는 불자다. 2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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