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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이 빚은 자유 “이 밖에 또 무엇 있으랴”

  • 문화
  • 입력 2021.04.23 18:35
  • 수정 2021.04.23 18:58
  • 호수 1583
  • 댓글 0

화가 법관 스님 ‘ZEN2021’ 출판기념 개인전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서 4월28일~5월3일

법관 스님 作 ‘Zen 2020'. 캔버스에 아크릴. 각 91×72cm(좌측), 116×91cm.
법관 스님 作 ‘Zen 2020'. 캔버스에 아크릴. 각 91×72cm(좌측), 116×91cm.

선명한 색의 대비가 주는 공간과 따뜻함을 뛰어넘고 선화가 주는 담백한 안락에도 머물지 않았다. 선을 긋고 점을 찍는 단순함에도 침잠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머물지 않는 마음으로 정진했다. 마침내 화폭은 무한히 역동하는 공간을 만들고 자유자재하지만 질서를 허물지 않는 만물의 진리를 담은 듯 깊은 평안을 담아냈다. 선화의 한계를 떨치고 구상화의 시기를 넘어 비구상화의 세계로 접어들며 ‘언어를 떠난 진리의 세계’를 탐구해 온 화가 법관 스님(강릉 능가사 주지)이 작품 속에 담긴 선(禪)의 세계, 그 단면을 한 권의 책으로 세간에 전한다.

2014년부터 비구상작품 ‘선(禪, Zen)’ 연작을 선보여온 법관 스님의 대표작들을 수록한 ‘ZEN2021’이 도서출판운주사에서 간행됐다. 출간을 기념해 4월28일~5월3일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출판기념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회에서는 신작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법관 스님이 구축해온 비구상작품의 진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선’ 연작 40여점이 전시된다. 책에는 이보다 많은 80여점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선과 점의 조화가 어떻게 면과 공간을 만들며 진리를 담아가고 있는지 독자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도록 선사하는 법관 스님의 선물이다. 

책 머리에 실린 법관 스님의 글은 이러한 의중을 잘 드러낸다. 

‘일상 그대로 그림이 되어 만 사람의 마음을 적실 수 있다면 강을 건넜으니 배가 무슨 소용이랴. 무수히 많은 세월을 달려 오늘에 이르러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이 나의 살림살이를 드러내고 있음이라…있음은 있음이요 없음은 없음인데 이밖에 또 무엇이 있어 찬바람에 걸음을 멈추지 못하는고.’

법관 스님은 작품의 해석을 부탁하는 이에게 “그것은 보는 이들의 자유”라고 문을 열어준다. “그림 그리는 일을 수행이라 여기지 않고 수행의 경지를 그림에 담았다고도 여기지 않는다”고 화답하곤 하는 법관 스님은 “매일 도량에 풀을 뽑고 청소하며 기도하고 때론 찾아오는 이들과 대화는 것이 일상이며, 그 틈틈이 화폭 앞에 앉아 붓을 잡은 것이 곧 나의 작품”이라고 전한다. 청소도, 기도도, 수행도 그 무엇 하나 “특별하다” 말하지 않는 스님의 작품 세계가 구상을 떠나 비구상의 세계로 접어든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그 속에서 스님은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그리는 대신에 이제 달의 향기를 화폭에 담기 위해 형상을 떠났을 뿐이 아닐까. 그나마 남은 점과 선은 여전히 머무름 없이 정진하는 법관 스님의 부지런한 발자취인지 모른다. 그 점과 선의 흔적마저 비우는 날 법관 스님이 보여줄 또 다른 화폭의 세계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지 기다려진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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