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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 淨財 블랙홀?

기자명 남수연
  • 교학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문서 포교’명분에 섣불리 시작 일쑤

신문·잡지 흉내내다 ‘계륵’ 전락도


사보(寺報)는 비용대비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모호하다. 또 사보를 만드는 주체의 한계, 필진 부족 등으로 애초 사보 발간 목적은 사라지고 매달 만드는 데 급급하다가 중단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12월 5일 김포 효원연수원에서 열린 첫 ‘사보 및 회보 편집자 연수’에 참석한 한 사찰의 사보 담당 전문가는 ‘사보’에 대해 혹평했다. 현재 각 사찰에서 발행되고 있는 대다수의 사보들을 살펴보면 ‘사보’로서의 지향점을 찾지 못하고 그 내용이 우왕좌왕하며 일부는 폐간하고 일부는 사보의 틀을 벗어나 질 낮은 신문 또는 잡지 변해버렸다는 점에서 납득이 가는 지적이다. 적지 않은 ‘삼보 정재’가 투입되고 있는 사보가 얼마나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에 대해 확인할 방법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버릴 수도 없는 ‘계륵’이 되어 가는 모양이다.

사찰에서 사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우려는 보다 구체화된다. 본지가 전국의 사보 70곳을 조사한 결과 일단 발행된 사보의 내용이 법회나 신도회 교양대학 등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활용되고 있는 곳은 불과 4곳에 불과했다. 제작된 사보는 일괄 발송되거나 사찰 종무소 등에 한 무더기 쌓여있는 것으로 역할을 끝내는 셈이다. 사보가 자칫 정재 누수의 원흉으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사보는 여전히 건재하다. 수 십여 종의 사보가 폐간되고 창간되고 있지만 최근 사보 수는 약간의 증가세마저 보이고 있다. 사찰과 스님들이 이처럼 사보에 갖는 미련 혹은 애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첫 째는 ‘문서 포교’라는 대의며 신도들에게 ‘사보’라는 인쇄매체가 주는 자긍심이 그 뒤를 따른다. 신도회나 사중의 활동 소식이 사보에 한 줄이라도 실리게 되었을 때 신도들의 소속감은 기대 이상으로 강화된다는 것이다. 사보 발간 자체가 스님이나 사찰의 공적이 된다는 점도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한 스님은 전화 인터뷰에서 “말사의 스님들은 특히 사보를 통해 사찰의 행사 등을 기록하게 되므로 본사에 특별히 보고하지 않아도 증가 자료가 되는 셈”이라며 “이런 것들이 있으며 소임을 얼마나 충실하게 살았나를 평가받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귀뜸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확을 위해 사찰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적지 않다. 사보는 일단 시작하면 ‘지속’해야 한다. 고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발행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편집 기획 등을 맡아줄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문제에 부딪힌 대부분의 사찰들은 ‘사보 전문 대행사’를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비슷비슷한 내용의 사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결과를 불러왔다. 전라도 지역의 몇몇 사찰에서는 같은 내용의 원고가 여러 사보에 동시에 ‘뿌려지는’ 경우도 있다. 제작 단가를 줄이기 위해 대행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저런 매체의 소식과 정보를 끌어 모아 신문도 잡지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변질된 사보들도 이 틈바구니에서 양산되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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