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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합장(合掌)

기자명 이학종
  • 교학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절집 행사 참석 정치인의 어설픈 합장

‘표의식’ 행사장 찾았어도 예의는 지켜야


과거 YS와 DJ에게서도 느낀 것이지만, 불교를 종교로 갖고 있지 않은 정치인들이 절집 행사장에 와서 어정쩡한 합장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은 볼수록 볼썽사납다.

지난 12월 10일 통도사에서 거행된 월하 큰스님의 영결식장에도 일단의 정치인들이 몰려왔는데, 그들의 합장자세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 자세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합장만큼 간단하고 쉬운 것도 드물 것이니 아무래도 그들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제대로 합장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의 교주나 교우들에게 불경과 비례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또는 교우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는 염려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오는 어설픈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거론치 않더라도 절집 행사장에 왔으면 절집의 예법에 맞게 정성껏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두 손을 엉거주춤 모은 채 가슴부위가 아닌 허리부분에 마지못해 들고 서 있는 모습이라니.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스스로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중앙일보 12월 10일자에 보도된 ‘무슨 기도를 올리나’라는 제목의 사진기사에 보인 박관용 국회의장이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합장 자세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것(사진에 나오지 않은 다른 종교를 가진 정치인들도 대동소이할 것이다)이었다. 그야말로 취하고 싶지 않은 자세를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거 YS나 DJ가 불교계 행사에 와서 합장 자세를 할 때에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었는데, 그들 이후 세대 정치인들 역시 그런 자세를 그대로 빼닮고 있으니, 아마도 이런 엉거주춤한 자세가 불자가 아닌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합장을 하기 싫으면 그들 식으로 당당하게 묵례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참석을 말 것이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어설프게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많은 불자들의 생각이다.

어떤 종교를 믿든 그것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신앙과는 다른 종교의 행사에 참석해서 그 종교의 아주 기본적인 의례를 제대로 지켜주지 않으려는 태도는 불경에 다름 아님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더는 비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참석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차제에 불자 정치인들은 혹시 다른 종교계 행사에 참석할 일이 있다면 그들의 의례를 가능한 존중해 따라하도록 권하고 싶다. 상대의 종교를 존중하는 것이 결코 나의 종교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종교적 신념을 초월해 모든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취할 올바른 자세라고 믿는다. 아울러 우리 불자들도, 내키지 않는데도 표를 의식해 절집행사장을 찾아와 어정쩡한 자세로 합장을 하고 있는 속 좁은 정치인들을 철저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 상대종교를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고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이들에게 나라를 경영하는 막중한 자리를 맡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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