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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저자 생태운동가 헬레나 호지

기자명 탁효정

“명상, 궁극적 행복 얻게 해”

버터차와 짬짜, 야크의 배설물을 말린 연료, 가축의 말린 고기만 있으면 한겨울을 날 수 곳. 겨울이 여덟달이나 되는 히말라야 고원의 황량한 자연에 순응하며 천년전 티베트로부터 받아들인 불교문화를 지켜가는 사람들.

금발의 런던대 여대생이 찾은 라다크는 그 어떤 것도 풍족한 것이 없었지만 또 부족하지 않은 공동체 사회였다. 그들은 아르마니 양복·루이비통 핸드백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대신 스스로에게 만족한 채 이웃과 함께 일하고 춤추고 즐기면서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또 자신들의 삶이 60년 동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우주, 동식물, 이 땅의 모든 존재들과 맞닿아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소수민족의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라다크의 한 시골마을에서 8년여의 생활을 하는 동안 그곳에도 서구의 자본주의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주 보잘것없는 가난하고 무지한 존재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 여대생은 서구사회에 “라다크를 살려야 한다. 당신들의 세계화 논리가 틀렸다”라는 작은 외침을 던졌다.

스웨덴 출신으로 런던대학교 동양언어학과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헬레나 호지 여사는 1975년 소수민족의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북인도 라다크를 처음 방문했다. 이후 8년간 라다크에서 직접 겪은 라다크인들의 생활방식과 라다크의 변화를 소개한 것이 바로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알려진 『오래된 미래』이다. 이 책은 세계 47개국에 출판되었고,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설명>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재직중인 김광부 씨의 사진집 <라다크>에 실린 작품 'rizong gompa'. 오래된 절의 전통만큼 절의 부엌은 때가 묻었고 환기통으로부터 들어오는 밝은 햇살이 부처임의 가피처럼 맑다.

이때부터 생태운동가로 변신한 그녀는 라다크가 지닌 소수 공동체의 삶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그로 인해 인류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세계에 알렸다.

12월 8일 한국을 방문한 호지 여사는 “공동체적 질서의 회복만이 현대문명과 기존질서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치유할 수 있다”며 일방 통행식의 세계화에 따른 문제를 지적했다.

호지 여사는 “세계화와 경제개발로 인해 상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는 보다 많은 실업자를 생겨나게 했고, 보다 많은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을 가져왔으며, 보다 커다란 상대적 빈곤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질병과 환경파괴를 가져왔다”며 ‘경제 성장과 행복은 비례한다’는 식의 개발론을 비판했다.

호지 여사는 인간의 궁극적 가치를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꼽았다. 그녀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갖춰야 할 두 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첫 번째 요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속에서 함께 노래하고 일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자연과 접촉하면서 함께 숨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라다크를 세상에 알린 것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과 연대를 맺는 것도, 스스로 욕심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들만을 가지고자 노력하는 것도 모두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일하고, 자신을 돌아볼만한 여유를 갖고 있으므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호지 여사.

“모든 것들이 느리고 풍족할 것 없는 라다크에서는 남편과도 싸울 일도 없어요.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델리 공항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또다시 싸우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원하지 않게 바쁘고 복잡하고 주위사람들과 충돌해야 하니까요.”

호지 여사는 또 현대인들이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시했다. 그녀는 “최근 많은 현대인들이 명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내면적인 평화와 행복을 찾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현대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보다 짧은 시간동안 보다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인간이 가장 행복해지는 순간은 두뇌활동을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볼 때”라고 말했다.

그녀가 불교를 처음 만난 것도 라다크에서였다. 그녀가 언어학 연구를 위해 정착한 마을은 천년전 티베트로부터 받아들인 불교 전통을 아주 소중하게 지켜가고 있었다.

<사진설명>'tshmoriri 호수의 korzok village의 오후'. 농부의 아내가 꽃이 핀 들판을 배경으로 사진 모델을 하고 있다.

늘 마니차를 돌리며 대화 중에도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는 사람들, 그들의 삶은 ‘끊임없는 회귀’의 한 일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라다크인들에게 이번 삶은 결코 유일한 기회가 아니며 지혜와 자비심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호지 여사 또한 라다크 사람의 일부가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호지 여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세계화의 허구를 벗어나 ‘작은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연대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호지 여사는 “한국은 서구사회에 비해 전통적 삶의 방식, 공동체에 대한 기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만큼 아직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라다크에서는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말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내면이 무엇을 느끼고 만들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죠. -『오래된 미래』中에서”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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