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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입멸 후에도 붓다는 존재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소모적 논쟁거리엔 즉답 않고 침묵

입멸 후에도 붓다가 존재하는가의 문제는 새로운 의문거리가 아니다. 이런 의문은 붓다 재세 시에도 이미 붓다를 향해 제기된 문제였다. 고행을 수행의 수단으로 삼았던 일단의 무리들이 붓다의 제자들에게 찾아와 이런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붓다의 제자들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아니루다 등 붓다의 제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붓다와 상의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대할 때마다 의문을 갖고 있는 자들의 이해능력을 고려하여, 붓다는 늘 침묵으로 관찰하곤 했다. 혹시 상의를 하더라도 붓다는 예를 들자면 아니루다의 의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태도를 취했다.


진리는 내면의 자각이 선행돼야

“아니루다여, 너는 형상이 있는 것들(色)이 영원하다고 생각하느냐,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 “영원하지 않습니다. 붓다이시여.”“만일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면 고통스러운 것이냐 즐거운 것이냐?”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붓다이시여.” “그것이 영원하지 않으며 고통을 주는 문제로 여기고, 그 주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를테면 이것은 나의 것이며, 이것이 곧 나이고, 이것은 내 영혼이며 영원한 존재라고 간주하는 것은 온당한 것으로 생각하느냐?” “온당하지 않습니다. 붓다이시여.” “감각(受)은 영원한 것이냐, 영원하지 않은 것이냐?” “영원하지 않습니다. 붓다이시여.” “영원하지 않는 것은 즐거운 것이냐, 괴로운 것이냐?”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붓다이시여.”“영원하지 않은 것, 무상한 것, 고통스러운 것들에 대하여 ‘이것은 나의 마음이고, 이것은 곧 나이며, 이것은 나의 영혼’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온당한 것인가?” “온당하지 않습니다. 붓다이시여.” “지각작용(想)이나, 형상화하려는 경향(行)과 의식(識)은 영원한 것이냐, 영원치 않은 것이냐?” “영원하지 않은 것입니다. 붓다이시여.”

오온(色受想行識)은 올바른 지혜에 의해 관찰되어야 하고, 그리하면 그것이 결코 나 자신이나 나의 마음, 나의 영혼과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듯이, 진리에 관한 문제들은 본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의미다.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가르침

붓다가 아니루다와 나눈 대화에서도 입멸 후 붓다의 존재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만족할 해답은 얻어지지 않는다. 진리가 반드시 감정적 또는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듯이. 진리는 오직 내면의 자각을 이룬 자만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붓다는 이 문제가 거론될수록 소모적 논쟁만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해 확답을 피한 것(무기·無記)으로 보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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