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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희생동물 추모재…“뭇 생명 가치 동등”

  • 사회
  • 입력 2021.06.03 15:44
  • 수정 2021.06.03 17:24
  • 호수 1588
  • 댓글 0

조계종 사노위 등 93개 불교단체 6월2일 정부청사 앞에서
살처분 중단·생명 중심 정책 개정·동물윤리 중심 방역 요구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기에 함부로 대해선 안 됩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처참히 죽어간 동물들의 왕생을 발원하며 우리들의 반생명적인 자세를 참회합니다. 이제는 생명 중심의 방역정책으로 더 이상의 잔인하고 끔찍한 죽음을 막아야 합니다.”

불교계 93개 단체가 정부의 무차별적인 살처분으로 희생된 수많은 동물들에게 참회하며 정책과 제도 전면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 아래 시행된 방역 거리 내 동물 일괄 살처분 정책으로는 동물 감염병 예방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무의미만 죽음만 낳는다는 지적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와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만 스님), 신대승네트워크(소장 박재현) 등 93개 불교단체는 6월2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가축 살처분 제도 개선 촉구 및 예방적 살처분 희생동물 추모기도회’를 봉행했다.

불교계는 그간 개별적으로 토론회, 집회, 희생동물 천도재 등을 통해 살처분 정책 즉각 중단과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 농법의 모범적인 가축 사육으로 꼽히는 화성 산안농장에서까지 거리상 방역 구역을 이유로 닭 3만7000마리가 살처분 당하자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하는 93개 불교단체가 조직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동물의 관점에서 표현한 살처분의 실상을 담은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날 기도회에서는 희생된 동물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살처분 정책 즉각 중단, 동물윤리 중심의 방역, 생명 중심의 정책 개정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이제껏 정부와 행정기관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가축과 동물의 방역정책은 역학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비과학적인 방식이었다”며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정책, 행정 편애적인 획일화된 예방적 살처분, 부의 가치만 추구하는 집단 사육방법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고통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최근 동물복지 축산농장인 화성 산안마을 사태는 지금의 모순된 축산 산업과 무자비한 예방적 방역에 대한 전면 개편과 패러다임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드러내고 있다”며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인간과 환경을 아우르는 법과 규정이 제정되고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홍 예방적살처분반대시민연대 대표는 “도대체 인간이 무슨 권리로 동물들을 죽이는 것인가. 단지 인간에게 전염 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건강한 동물들까지 죽임 당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라며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거리 방역에서 역학 방역으로 전환 △백신 정책 도입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을 요구했다.

정성운 신대승네트워크 편집장도 “감염돼 죽인 닭보다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죽인 닭이 3배 이상 많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940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당했고 1조1728억원이 피해농가 재정지원금으로 쓰였다”며 “생명을 도외시한 살처분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면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과 유재호 산안마을 대표가 부처님을 향해 발원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살해해왔음을 아프고 참담한 심정으로 참회한다”며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고 살해의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그들의 고통은 곧 우리의 고통임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 동물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지 성찰하고 잘못된 것들을 모두 고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 단체는 향후 동물윤리와 생명권을 바탕으로 살처분 제도를 개선하고 생명살림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동물 살처분 제도 개선 불교네트워크’를 구성하고, 7월 중 동물 살처분 제도 및 법력 개선을 위한 토론회, 10월 중 희생동물 천도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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