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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떠난 성철 스님이 백련암 고문헌 지켜내”

  • 교학
  • 입력 2021.06.04 11:13
  • 수정 2021.06.04 15:05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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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술원, 6월3일 동국대서
백련암 장경각 문헌 성과 발표
‘풍계집’ 외 한국불교전서 11종
귀중불서 영인본 2종도 소개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6월3일 동국대 본관 로터스홀에서 열린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자광 스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사업단(이하 ABC사업단) 출간도서 기자간담회에서 백련암 고문헌을 조사한 불교학술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6월3일 동국대 본관 로터스홀에서 열린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자광 스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사업단(이하 ABC사업단) 출간도서 기자간담회에서 백련암 고문헌을 조사한 불교학술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쩌면 무식이 유식을 지켜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사스님이 평생 백련암 장경각을 상좌들에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장경각 내부를 본 스님도, 들어가 본 스님도 없었습니다. 그저 당신 혼자 들어가 공부를 하고 나오셨어요. 열반하실 때까지도 소장된 책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묵묵히 떠난 은사스님이었기에 서고에 귀중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스님이 떠나신대로 무식하게 지켜왔어요. 은사스님이 장경각 문헌의 가치를 알리셨더라면 서고의 책들이 한 두권씩 떠나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6월3일 동국대 본관 로터스홀에서 열린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자광 스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사업단(이하 ABC사업단) 출간도서 기자간담회에서 “성철 스님이 평생 숙독하고 연찬했던 책이 한국불교전서와 도록으로 나오게 돼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원택 스님은 백련암에 소장된 고문헌 120종 2231책을 낱낱이 조사하고 이를 기록·연구해 보존한 ABC사업단에 감사함을 전했다. 스님은 “성철 스님의 사상과 수행 면모가 과거 유산으로만 머물지 않고 세상에 나와 이제 누구나 은사스님의 서적을 열람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면서 “ABC사업단이 열어준 길로 백련암 고문헌들이 법해의 나루를 건너는 뗏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은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인 ‘성철 스님의 책’과 함께 ‘풍계집’ 번역본을 소개했다.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은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인 ‘성철 스님의 책’과 함께 ‘풍계집’ 번역본을 소개했다.

이날 ABC사업단은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인 ‘성철 스님의 책’과 함께 ‘풍계집’ 번역본을 소개했다. ‘풍계집’은 조선 중기 시문(詩文)에 뛰어났던 대종사 풍계명찰 스님(1640~1708)의 시문집으로 백련암 장경각에서 발견된 고문헌 가운데 하나다.

‘풍계집’은 숙종 37년(1711) 간행된 것으로 추정하며 구성은 3권1책으로 돼 있다. 상권은 수차류(酬次類)의 시 92권이, 중권은 명산을 두루 다니며 선각을 참방했을 당시 읊은 작품과 이에 대한 서문·총록이, 하권은 상량문 3편과 기(記) 7편 등 불찰과 관련한 글 25편이 수록됐다. 끝에는 문인 문일이 풍계 스님의 일생을 기록한 ‘보제 등계 대사의 행장’이 수록됐다.

‘풍계집’을 옮긴 김두재 동국역경원 전 역경위원은 해제에서 “역대 스님 가운데 시문(詩文)에 가장 능통했다고 알려진 풍계 스님이 세속의 문사들과 주고 받은 작품이 수록돼 승속 간의 교유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며 “상권에선 독특한 시문체가, 중권에선 산수시의 극치가, 하권에선 한국불교사 전등 본말을 해명할 자료가 실려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김종욱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사업단장이  최근 출간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종과 귀중불서 영인본 2종을 소개하고 있다.
김종욱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사업단장이  최근 출간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종과 귀중불서 영인본 2종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ABC사업단은 최근 출간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종과 귀중불서 영인본 2종을 소개했다. 한국불교전서 한글본은 ‘해심밀경소 제 5무자성상품’ ‘선문염송염송설회회본 1’ ‘현정론·유석질의론’ ‘월봉집’ ‘정토감주’ ‘다송문고’ ‘소요당집·취미대사시집’ ‘선원소류·선문재정록’ ‘치문경훈주 상·중·하’이며, 귀중불서 영인본은 ‘법화현론 권3·4’ ‘인명입정리론소초 권5·6’이다.

출간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종 가운데 일부. 
출간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종 가운데 일부. 

‘해심밀경소 제5 무자성상품’은 신라 고승 원측 스님(圓測, 613~696)이 저술한 ‘해심밀경소’의 다섯 번째 품인 ‘무자성상품’을 역주한 것으로, 삼무자성(三無自性) 개념만이 아니라, 일승(一乘)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일체개성설(一切皆成說)과 오성각별설(五性各別說)에 대한 원측의 포괄적이고 유연한 관점을 파악할 수 있다.

‘선문염송염송설회회본 1’은 고려의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 스님(慧諶, 1178~1234)의 ‘선문염송’과 그의 제자 각운(覺雲)의 ‘염송설화’를 합쳐 전체 1463칙으로 회본한 내용 중 전반부의 56칙을 수록했다. 고칙(古則) 공안 및 그에 대한 평설들을 선별한 혜심 스님의 탁월한 안목과 그의 제자들이 보여준 화두 참구의 실제와 학문적 모색의 자취 역시 접할 수 있다.

‘현정론·유석질의론’ 가운데 ‘현정론’은 조선 전기 득통기화 스님(得通己和, 1376~1433)의 저술로 한국불교 최초의 본격적인 불교변호론으로서 의의가 있다. 또 ‘유석질의론’은 기화 스님의 저술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확실하진 않다. ‘유석질의론’은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삼아 불교 탄압이 행해지던 시기 불교 교리를 옹호하는 호불논서로서 가치를 지닌다.

‘월봉집’은 조선 중기 월봉책헌 스님(月峰策憲, 1623~?)이 남긴 시문집이다. 선과 교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던 17세기 불교계의 사상적 경향과 삼문(三門: 경절문·원돈문·염불문)을 중심으로 수행체계가 형성됐던 당시 불교계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정토감주’는 조선 후기 활동했던 허주덕진 스님(虛舟德眞, 1815~1888)이 정토와 관련된 내용을 일심(一心), 이수(二修) 등의 법수(法數)로 체계화한 문헌이다. ‘감주’는 지니고 있으면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구슬로, 정토에 관해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다송문고’는 조선 후기 금명보정 스님(錦溟寶鼎, 1861~1930)이 남긴 문집이다. 송광사를 중심으로 도림사와 태안사 등 주변 사찰들에 관한 풍부한 기록을 담아냈다. 학계·문계 등 계보에 주안점을 뒀고 이밖에 다양한 주제의 글이 있어 근대 불교사와 사상을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소요당집·취미대사시집’ 가운데 ‘소요당집’은 조선 중기 소요태능 스님(逍遙太能, 1562~1649)의 시문집으로 시 200여수와 문 한편이 수록돼 있다. ‘취미대사시집’은 취미수초 스님(翠微守初, 1590~1668)의 시문집으로 시가 대부분이고 문은 5편이 수록돼 있다. 두 책으로 두 스님의 고매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선원소류·선문재정록’ 가운데 ‘선원소류’는 조선 후기 설두유형 스님(雪竇有炯, 1824~1889)의 저술이다. 조선 후기 백파 스님과 초의 스님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선논쟁 흐름에서 백파의 삼종선 논리가 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선문재정록’은 진하축원(震河竺源, 1861~1925)의 저술로, 초의 스님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치문경훈주 상·중·하’ 3책은 조선 중기 백암성총 스님(栢庵性聰, 1631~1700)이 ‘치문경훈’에 상세한 주석을 달아 간행했다. 현재 유통되는 약본 ‘치문경훈’과 달리 조선 시대에 전승되던 상세 내용의 ‘치문경훈’과 그에 대한 주석이다. 승가의 오랜 전통 가운데 면면히 이어져 온 수행자 전범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영인본은 ‘법화현론 권3·4’와 ‘인명입정리론소초 권5·6’이다.

‘법화현론 권3·4’는 중국 삼론종 대성자인 길장 스님(吉藏, 549~623) 저술로, 고려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수집한 판본에 의거해 조선의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중수한 목판본이다. 비록 권·4만 현존하나 ‘대정신수대장경’에 수록된 ‘법화현론’ 제4권에 결락돼 있는 680여 자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하다.

‘인명입정리론소초 권5·6’은 중국 송대 운엄 스님(雲儼)의 저술로, 고려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수집한 판본에 의거해 조선 간경도감에서 중수됐다. 중국 법상종 규기 스님이 쓴 ‘인명입정리론소’에 대한 주석서로서 비록 권5·6만 현존하나 오직 우리나라에만 전해지는 판본이라는 점에서 극히 희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불교학술원장 자광 스님은 “불교학술원이 세계 정신문화를 이끌어가는 초석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불교학술원장 자광 스님은 “불교학술원이 세계 정신문화를 이끌어가는 초석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불교학술원장 자광 스님은 “불교학술원은 2012년 담양 용흥사를 시작으로 현재 33여곳 사찰·기관을 조사해 1만4000여점에 이르는 불교 고문헌을 조사해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로 공유하고 있다”면서 “예리한 안목을 갖춘 불교학술원 연구원들과 전국에 산재돼 있는 불교기록문화유산을 발굴해 세계 정신문화를 이끌어가는 초석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상길 불교학술원 교수가 해인사 백련암 장경각 연구를 담당한 교수와 연구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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