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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반환 협상 우선 집중…실력행사도 검토”

  • 성보
  • 입력 2021.06.18 13:30
  • 수정 2021.06.18 19:22
  • 호수 1590
  • 댓글 2

6월16일, 출범식 앞두고 월정사서 공동위원장 간담회 개최
중앙집권적 문화정책 지적…귀향한 안동 하회탈 사례 언급
“문화재는 국민과 더불어 향유할 때 온전한 가치 발현돼”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위원회가 출범식에 앞서 6월16일 평창 월정사 심검당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6월16일 월정사 심검당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방문화 분권화를 위해서라도 오대산본 실록·의궤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환수를 위해 박물관까지 지어놨는데 정부가 반환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김동호 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6월16일 월정사 심검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실록·의궤 반환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모아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은 “지방 문화 분권화를 위해서라도 실록·의궤 반환이 꼭 필요하다”며 “강원도민의 염원을 모아 문화재 반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문화재 반환에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스님은 “환수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아 월정사만의 의견으로 비춰질까 그간 환수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것에 그쳤지만 출범식 이후로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려 한다”고 밝혔다. 최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원도부의장은 “이 문제는 월정사 만이 아닌 강원도의 현안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공감할 사안”이라고 거들었다. 특히 최 부의장은 중앙으로만 집중된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실록·의궤가 반환돼 강원도 지역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원도부의장.

정념 스님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안동 하회마을로 돌아간 하회탈(국보)과 병산탈을 언급하면서 문화재의 환지본처로 해당 지역의 문화경쟁력이 높아진 사례를 소개했다. 하회탈과 병산탈은 1958년 공연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역사성과 가치가 조명됐다. 하지만 이런 유명세가 오히려 독이 됐다. 문화재청은 1964년 관리와 보존 문제를 거론하며 하회탈과 병산탈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옮겨갔다.

이로 인해 두 문화재는 대중과 격리됐고 지역의 대표 문화재를 잃은 안동도 침체됐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하회탈 환수요구를 이어갔고, 결국 53년 만에 원소장처로 돌아왔다. 하회탈과 병산탈의 귀향으로 안동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고 지역 경제도 활기를 되찾았다. 두 문화재의 환지본처는 ‘문화재가 제 위치에 있을 때 가치가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념 스님은 “하회탈이 고향으로 돌아와 안동 시민들 자긍심도 한층 높아졌다고 들었다”면서 “그것이 문화재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높이는 일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조정래 소설가.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문화재의 중앙집권화가 오히려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국민문화예술활동 조사에 따르면 지역별 문화공간 이용률 가운데 강원도는 54.7%로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였다. 특히 60% 이하인 곳은 강원도가 유일했다. 전국 평균과도 15% 가까운 격차였다. 이는 강원도를 상징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적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때문에 강원지역의 문화적 고유성과 특수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록·의궤를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래 소설가는 “문화는 특정한 장르의 문화를 가리키는 것을 너머 개개인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고 평가하는 삶의 척도”라며 “강원도의 실록·의궤가 문화 산업으로 적극 활용돼 지역민 일상과 연결되고 창조적 문화 활동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도 동감했다. 실록·의궤로서 문화자원을 개발하고 문화전문인력도 양성해야 지역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교류 추세는 국가적 단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이 만나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 사례도 소개했다. 김 총장은 “실록·의궤를 통해 강원도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지역 인재를 성장하는 일”이라며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장경각을 일반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합천 해인사 사례를 언급하며 “국립고궁박물관은 실록·의궤의 일부만 전시해놓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면서 “문화재는 꽁꽁 감춰두는 것이 아니고 국민과 더불어 향유할 때 가치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김동호 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간담회에서는 오대산본 실록·의궤 환수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논의됐다. 김동호 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전 이사장은 “일본에서 환수됐을 때 보관 문제로 중앙정부가 관리하겠다고 가져갔으나 이젠 방범 시설까지 갖춘 박물관이 조성됐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환수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지속될 경우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실록·의궤가 귀향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군수는 “평창군민과 강원도민의 자연적·역사적·사회적 환경이 개선되도록 강원도와 힘을 합쳐 모든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위원장 7명으로 구성됐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

평창=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90호 / 2021년 6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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