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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마음, 음식선택  ①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1.07.13 11:18
  • 수정 2021.07.14 09:58
  • 호수 1593
  • 댓글 2

자본주의가 강제한 개인주의 표상

개인주의 전제하지 않고서
보수와 진보 대립 이해 못해 
견해 갈리는 기준 무엇일까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민주주의와 마음 그리고 음식선택’이라는 기고를 보내와 이를 6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

서구 문명은 전환점이 된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래로 근대성의 철학적 심리적 기반을 개인의 자유에 대한 찬양에서 발견했던 만큼, 서구 문명에서 개인주의가 새삼스러운 특징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주의는 예로부터 늘 종교 공동체들과 그 뒤에는 자본주의의 급격한 팽창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새로운 연대감과 겨루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한 요인에 의하여 개인주의가 완화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주의적 표상과 행동 모델은 세계화의 전개와 함께 변화한 자본주의 작동 방식이 전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이때의 개인주의란 공공의 이익과는 별개로 축소되고 환원된 심리적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담 스미스가 경제 분야에서만 국한시키면서 18세기 말에 제시했던 보이지 않는 손과 긍정적 이기심을 삶의 영역 전반에 확대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개인주의를 전제하지 않고서 현재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이해하기란 힘들다. 우리 사회가 요즘처럼 매 이슈마다 보수 진보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 적이 있을까 싶다. 이러한 이념 차이는 인종 지역 세대 종교 등 그 어떤 차이보다 두드러진 전 세계적 현상이다. 꼭 거창한 정치적 방식에서뿐 아니라 모든 이슈에서도 견해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비슷한데 보수와 진보를 가늠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라마다 한 이슈가 진보라면 동일한 이슈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수인 경우도 종종 있다. 왜 정치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분파적이고 양극적일까. 좌파든 우파든 각자가 옳다는 마음에는 과연 문제가 없는 걸까.

보수(우파)는 가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욕망은 혐오하지만 욕망을 실현시켜 얻는 이윤은 마다하지 않는다. 이윤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개인의 방종은 종교나 가족 가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간주한다. 그리고 개인의 재산이나 법인이란 이름 아래 인간의 권리를 부여받은 대기업의 재산은 순전히 이들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들로 인해 공공의 소유 또는 전체 생명체의 소유인 대지와 삼림, 생물종과 기후 등이 파괴되는 것에는 관대하고 침묵한다. 

진보(좌파)는 사람의 신체는 오직 그 사람에게만 속한 재산이라고 믿는다. 낙태나 성해방의 대중화 등 개인이 자기 신체를 활용하는데 공동체 가족 배우자 심지어 자기 자신의 영혼이 소유주로서 적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인정치 않는다. 환경보호를 소리 높이지만 그들에게 환경이란 사적 소유물인 신체를 적당한 거리에서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기업에 환경부담금만 물리면 된다고 생각하지 인간공동체나 사적 소유물인 신체도 환경의 일부라는 사실까지 생각을 확장하지 못한다. 

현대 시민운동과 생태주의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시민불복종’의 저자 소로의 후예라 자처하는 이들이 소로가 희생정신을 발휘해서 감옥에 간 이유나 왜 월든에서 생활했는지 그리고 소로의 영향을 받은 간디의 비폭력(아힘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좌파나 우파의 개인주의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차이는 원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뿐이고 심지어 원하는 일이 같을 때도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Righteous Mind)’의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좌파 또는 우파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언제나 뭔가를 내세우며 늘 남을 판단한다는 데 주목한다. 어떤 기대를 하고 거기에 부응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뿐 아니라 남이 나를 판단한다는 사실도 의식한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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