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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감하고 계신가요

기자명 희유 스님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공감
똥치기 니제 마음 헤아린
부처님 공감 능력 배워야

정보화시대다 보니 무엇을 하든 회원가입을 해야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일이 많습니다. 그만큼 외워야 할 것들도 많지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자주 깜빡깜빡해서 가끔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황당한 일도 발생합니다. 어제는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켰더니 비밀번호를 바꾸어야한다는 메시지가 떠서 변경 할려고 보니 기존의 비밀번호가 자꾸 틀렸다고 나오는 겁니다. 당황해서 그런지 더욱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할 수 없이 전산담당자를 불러 임시번호를 부여 받고 나서야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보니 ‘우리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나이 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복지관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에 대해 더더욱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감한다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쉽사리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부부간에도, 자녀와 부모사이도 공감을 하는 것 같지만 진짜로 공감이 되지 않아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 우리 직원이 어르신으로부터 민원을 받아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공감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직원들에게 공감능력 키우는 공부를 좀 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어르신이 와서 이야기를 하시면 원칙을 이야기 하기 전에 어르신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아, 그러셨군요. 얼마나 힘드셨겠어요”라면서 공감을 먼저 한다면 화내실 일도 없을텐데. 아직 직원들이 경험이 많지가 않아서 원칙만 내세우니 어르신 입장에서는 화를 내실만 한 것이지요. 

이런 일들은 사실 복지관에선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 사회복지사들이 감정노동에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말씀을 인용해 직원들에게 이야기 하지만 아직은 삶의 경험들이 일천한 탓인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듣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공감능력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가장 탁월한 공감 능력을 가지신 분이 바로 부처님일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부처님께서는 설법을 하실때에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게 하시고, 대화를 하실 때는 언제나 칭찬을 먼저 한 후 당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계시지요. ‘대장엄론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니제는 똥치기로서 ‘나는 비천하고 더러워서 중생들 중에서도 가장 낮으니, 어찌 이 냄새 나는 더러운 몸으로 세존께 가까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여래께서 지금 다시 저를 가까이하려고 오셨지만 저의 몸이 더러워 세존께 가까이 갈 수 없사오니 바라건대 이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조금만 길이라도 열어 주소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지금 비록 몸이 더럽다 해도 마음에는 최상의 선(善)한 법이 있어 수승하고도 미묘한 향기가 너의 몸에서 풍겨 나고 있으니 스스로 비천하게 여기지 말지어다.”

따스하게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부처님의 공감능력을 느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시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것이죠. 불가촉천민이라 부처님께 가까이 갈 수도 없어서 피할 수 있게 길을 조금만 열어 달라고 하는 그의 마음을 더 먼저 아시고 어루만져 주신 것이지요. 
 

희유 스님

우리가 부처님 가르침을 잘 믿고 따르면서 실천해 가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자비스러운 마음도 닮아가야겠지요. 살면서 진정 상대방에게 찐하게 공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일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주위 사람들과 정말로 공감을 잘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만약 그러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이해하려는 생각의 전환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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