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주의와 마음, 음식선택  ②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1.07.19 11:38
  • 수정 2021.07.19 11:39
  • 호수 1594
  • 댓글 6

‘맞고 틀리다’ 문제가 아니다

대립은 ‘옳음’끼리 부딪히는 과정
인간은 감정으로 판단 내리기에
‘바른 마음’은 이기적이며 전략적

인류는 수백만년 진화 과정에서 소규모 집단에 속해 생활해 오면서 다른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느냐 여부가 생존을 좌우했다. 수백만년 진화 과정뿐 아니라 지금도 우리는 인간 관계의 파트너로서 서로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끊임없이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그럴 때면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판단하고 심지어 단죄까지 하려고 한다. 사회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뉴욕대 교수는 도덕성, 소위 바른 마음(Righteous Mind)을 올바르게 살기 위한 지침이라기 보다는 주변 평판을 살피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즉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 같은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옳다’는 마음은 집단 내에서 갈등을 낳는 좋지 못한 심성이지만 우리가 함께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초 벽돌이 되기도 한다. 지구상에서 인간이란 종(種)이 보여주는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인 ‘혈연이 아닌 타인’과의 협력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하이트 교수는 이성적 추론 능력을 인간의 가장 고귀한 속성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숭배하는 태도는 합리주의자의 망상이라고 비판한다.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라는 의미다. ‘이성이 먼저냐’ ‘감정·직관이 먼저냐’는 철학사에서 오래된 쟁점 가운데 하나인데 하이트 교수는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감정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도덕적 추론은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일어난다. 이성은 일종의 유능한 변호사와 같고, 도덕이라고 부르는 내면의 ‘바른 마음’은 철저히 이기적이며 전략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각자의 직관에 어긋나는 것을 믿으라고 한다면 그들은 전력을 다해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다. 아무리 멋지게 논변을 반박해도 다른 사람 마음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확증 편향이 이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이트 교수는 지난 500만년 동안 인간의 뇌는 3배나 커졌지만 진실을 밝히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그것을 사용해 온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고 그 증거를 찾는데 뇌의 힘을 동원한 것은 아닌가라고 묻고 있다. 

분명한 것은 좌파든 우파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는 직관이나 도덕적 감정은 ‘불완전하다’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도덕적 진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트 교수는 도덕성이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하지 않으며 ‘바른 마음'을 6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에 비유하고 있다. 그는 진화심리학과 인류학을 검토한 결과, ‘배려/피해’ ‘공평/부정’ ‘자유/압제’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신성함/추함’이라는 여섯 가지 도덕적 감정을 제시한다. 좌파는 이 가운데 배려·공평·자유란 도덕적 감정만을 유독 존중한다. 하지만 우파는 여섯 가지에 고르게 관심을 보인다. 

‘좌파가 우파보다 더 정의롭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대다수 사람, 특히 대도시에서 자란 이들은 우파적 가치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다. 한 사회의 부(富)가 증가하고 교육 수준 및 도시 밀도가 높아지면 전통이나 권위, 종교적 가치에 대한 존중감은 떨어진다.

‘배려·공평·자유’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만, 좌파에겐 ‘충성·권위·신성함’이 선(善)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파는 그런 개념이 파시즘이나 인종주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공평’에 관심을 갖더라도 우파는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공평성을 중시하지만, 좌파는 평등하게 대우받는 공평성을 중시한다. ‘자유’라는 가치도 각각 반정부와 반권위주의의 형태로 나타난다. 좌파는 다수가 여전히 전통·질서·충성심·연장자 우대·신성성·순결 같은 가치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소홀히 한다. 

하이트 교수는 이같은 행위 체계를 통해 빈민층이 왜 우파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내놓는다. 빈민층은 공평한 사회를 원하지만 충성과 권위 등 도덕적 가치들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해 우파에게 표를 던진다는 분석이다. 

결국 갈등과 대립은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니다. 각자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옳음과 옳음의 도덕성이 맞부딪히는 과정이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