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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교육부 ‘부실평가’ 희생양 금강대

  • 기자칼럼
  • 입력 2021.07.21 16:02
  • 수정 2021.07.30 18:07
  • 호수 1595
  • 댓글 2

2002년 개교 후 현재까지 매년 100명만을 선발해 소수정예교육을 하는 대학, 학생 전원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학, 졸업 후 2년 간 해외유학비까지 지원하는 대학.

작지만 강한 대학을 표방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천태종 종립 금강대 이야기다. ‘지혜와 자비가 차별 없이 모두에게 충만한 이상 실현’을 건학이념으로 설립된 금강대는 매년 재단이 출연한 70여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설립 기본금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출연금이 1800억원에 달한다. 이익만 따지는 세간의 눈으로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대학운영이다. 천태종의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 그리고 믿음과 신념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금강대가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무상교육으로 1800억원을 교육에 환원하고도 부실대학이 된 이유는 뭘까? 바로 교육부가 2015년부터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하고 있는 대학기본역량진단 때문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기준은 신입생수, 재학생수, 취업률, 교육 내용 등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평가에 통과해야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기에 전국 대부분 대학들은 수년 째 여기에 명운을 걸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5월20일,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금체불 규모가 크거나 자금 유동성이 나쁜 대학인 경우 개선 명령 불이행 시 폐교 명령을 내리기로 하고 2022학년도에 적용하는 정부 재정 지원 가능 대학 명단 중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4년제 대학으로 금강대를 포함한 7곳을 발표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비리 대학들에게 국고를 지원할 수 없으므로 평가 목적과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이 평가는 모든 대학이 대상이 됐어야 했을까?

금강대의 경우 개교 이래 등록금을 받는 대학이 아니기에 학생수를 다 채울 이유가 없고, 이 때문에 적정 수준이 아니면 합격을 시키지도 않는다. 한 학년 100명, 전교생을 다 합쳐도 4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대학’이기에 대형 대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평가 항목을 맞춘다는 것부터 맞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세운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금강대는 결국 정부의 지원을 제한받는 대학이 됐다. 개교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매년 70여억원의 재단 출연금으로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는 대학임에도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이다. 이는 곧 ‘폐교예정 대학’이라는 낙인과 같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7월21일 오후 4시 기준 1982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7월21일 오후 4시 기준 1982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금강대 교학지원처장은 7월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문을 올리고 현재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액 무상으로 운영되는 초미니 종합대학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기준으로 금강대가 부실대학이 됐다”고 개탄한 처장은 “평가 자체를 없애 달라는 것이 아니고 이미 내려진 평가 결과를 바꿔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가를 받을지 말지 학교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청원했다.

교학지원처장이 청원문에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금강대는 2020년을 기준으로 재학생 1인당 연간 장학금 지원 순위가 4년제 대학 중 2위다. 교육비 환원율은 전국 사립대 중 7위며 심지어 대학 부채비율은 0%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졸업자 취업비율에서도 해외취업과 진학자를 제외하고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진출비율이 41.5%에 달한다.

물론 금강대가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 대학 위주로 만들어진 평가기준에 의해 파생된 것이 대부분이기에 그 부족함으로 부실한 학사관리나 비리로 사회적 비난을 받아 폐교 위기로까지 몰아갈 사항은 아니다.

임은호 기자
임은호 기자

전교생을 다 합쳐도 400명이 되지 않는 금강대로서는 교육부가 종합대를 기준으로 내세운 평가항목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개교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매년 70여억원의 재단 출연으로 정부 지원 없이도 운영하는 대학 임에도 ‘부실대학’ ‘폐교예정 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부당하다.

현대 교육의 지향점은 획일화를 벗어나 각자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그런데 교육제도를 책임진다는 교육부는 각 대학의 특수성은 감안하지 않은 획일화된 기준을 내세워 건실한 대학의 숨통까지 조이고 있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부실대학’ 꼬리표를 달게 된 금강대가 아니라 교육부의 부실한 평가기준이다.

청원 링크 바로가기▶ www1.president.go.kr/petitions/599886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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