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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이 바로 거울

기자명 혜민 스님
우리 마음은 도화지 같아서

마음 먹은대로 내게 새겨진다


부처님이 아닌 후에야 중생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 두번씩 다른 사람의 흉을 볼 때가 있다. 그런데 흉이라는 것은 일단 흉을 잡으려고 치면 모든 것이 흉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 보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보면 돈 밖에 모른다고 흉을 볼 수 있고 그 반대로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을 보면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아 도저히 같이 못 돌아다니겠다고 흉을 볼 수 있다. 좋은 집에 초대를 받아 음식을 잘 먹고 나서도 돌아오는 길에서는 자기 잘 사는것 과시하려고 저런다고 흉을 잡기도 하고 좋은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공짜로 초대받아 음악 감상을 잘해 놓고도 확실히 우리나라 전통 음악만 못하다고 핀잔을 늘어놓기도 한다. 스님들 세계에서도 교학(敎學) 쪽으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을 보면 문자에는 밝은데 아직 깨달음과는 멀었다고 흉을 잡고, 평생 산에서 선(禪)만 열심히 하신 스님들을 보면 현대 감각이 너무 뒤 떨어져 자신은 깨달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을 포교하고 구제하는 것엔 무리가 많을 것이라 또 흉을 잡는다.

며칠 전 학교 강의 중에 티벳 불교 안에 있는 구루 요가 (Guru Yoga) 라는 수행법을 가지고 학생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구루 요가라고 하는 것은 티벳 불교안에서 제자가 스승을 단순히 수행하시는 큰 스님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깨달으신 부처님으로 여기면서 그에 합당한 행동과 헌신으로 스승님을 대하는 수행법을 일컬으는 말이다. 구루 요가를 열심히 수행하다 보면 제자 자신도 점점 자신이 모시는 살아 계신 부처님의 모습과 비슷하게 닮아 간다는 이치에서 나온 수행법이다. 재미 있는 것은 스승님이 수행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도둑이라 해도 그 사람을 부처님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헌신하면 진짜 부처님을 모시면서 헌신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스승님의 잘못된 점이 자꾸 자신의 눈에 들어 오고 또 그 잘못된 점을 흉으로 잡아 다른 사람들에게 떠들어 대면 반대로 자기 자신이 얼마되지 않아 그 스승님의 흉이 자신의 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그린 스승의 모습은 바로 내 마음으로부터의 투영인 동시에 나의 마음을 떠나선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사람의 흉을 잡는 자기 본인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흉은 본래 자신에도 있기 때문에 그 흉이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이 많은 이를 대고 돈밖에 모른다고 흉을 잡으면 사실 그 말은 자신도 그와 같이 많은 돈을 벌고 싶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고, 또 돈이 많이 생겼을때 그와 똑같이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흉을 많이 잡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말이 타당하고 아닌 것을 떠나서 저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선 또 나의 흉을 이처럼 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고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다른 사람의 흉을 보면 그것이 구업(口業) 이 되어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명한 인과의 법칙이다. 연말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올 한해 내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의 흉을 잡고 힘들게 한 일이 없는지 한번 뒤돌아 보면서 돌아오는 새해에는 흉이 없는 새해가 되도록 자신에게 다짐을 하는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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