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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하철 6호선과 절

기자명 최명숙

사찰 찾는 장애인 말에 귀 기울여야

절은 생각처럼 멀리있지 않아
옛 풍경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이동약자 시설 확대 좋은 변화
장애인들 사찰 자주 찾길 권해

사람들은 절하면 산사를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어디에 있든 지하철역과 연결된 곳이 많다. 그리 연결된 절은 도심 속 산사같이 존재한다. 

장애인을 늘 만나다 보니 그들이 사는 지역사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절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답사를 하곤 한다. 구석구석 다니다보면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있는 절이 참 많다. 이럴때마다 절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일상 속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좋은 예가 지하철 6호선 주변에 있는 절이다. 안암역에 개운사와 보타사 그리고 대원암이 있고, 보문역에 보문사, 창신역에 삼각산 청룡사, 좀 멀리 구산역에 수국사가 있다. 그중 안암역에 있는 대원암과 보타사는 조계사의 말사인 개운사의 선내암자다. 

개운사에서 골목길로 100여 미터 들어가면 1845년 우기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대원암이 먼저 나온다. 10여 년 전 승가원에 장애아동의 입소 상담을 하러 갔던 길에 처음 들린 절로 1926년 석전 한영 스님이 불교전문강원을 설립한 곳이다. 특히 대원암은 근대 교육을 시행해 석학들을 배출한 곳으로 신석정, 서정주, 이광수, 조지훈, 김달진 등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 인물들이 젊은 시절 학인이 되어 공부하거나 스님의 지도를 받은 곳이다. 덩그러니 작은 건물 한 채지만 안내문의 설명만 봐도 값을 매길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있는 큰 도량임을 짐작케 했다.

보타사는 아주 작은 절이다. 현재는 마애보살좌상 문화재정비사업으로 공사 중이라 접근이 어렵다. 대웅전 뒤편 암벽에 조각된 마애보살좌상의 조성 시기로 미루어 볼 때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칠성암으로 불렸다. 보타사에는 금동보살좌상과 마애보살좌상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마애보살좌상은 다소 비스듬한 모습에 어깨가 넓어 당당한 기운을 풍긴다. 금동보살좌상은 현재 드물게 남아있는 조선 초기의 불상으로 공사 중인 관계로 현재 대원암에 모시고 있다.

 지난 봄 보타사에 갔을 때 공사 조감도를 살펴보는 내게 절의 종무원인 듯한 거사님이 “전각 증축, 진입로 정비 등 공사가 마무리되면 밑에서 마애불이 있는 곳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편하게 올라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친절히 설명을 해줬다.

계절마다 다른 느낌의 작은 계단을 올라 안양(安養)에 들 듯 좁은 일주문을 들어가 마애보살좌상과 마주서는 옛 풍경이 사라질 것이라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장애인과 어르신 등 이동약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편의시설이 갖춰진다니 기쁜 일이다. 공사가 끝날 무렵이면 코로나19도 잠잠해져서 장애불자들과 6호선 따라 사찰 나들이를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절들을 장애불자들과 기행하고 수국사 초전법륜상 앞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으로 마치는 하루 사찰기행은 작년에 계획했던 장애인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코로나19가 점점 기세를 더하니, 1년을 미룬 계획은 올해도 시행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러나 장애불자와 답사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각자 개인적으로 절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가 될 것이다. 

나는 장애인들을 만나면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자신이 사는 지역 절에 자주 가기를 권한다. 스님과 불자들과 자주 만나 소통을 해야만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장애인이 편히 갈 수 있는 절의 환경조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공공장소에는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돼있어 대부분의 사찰에는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갖추어져 있다. 

이제는 장애의 종류도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함으로 각 장애 특성에 맞는 ‘장애인을 대할 때의 예의’를 알아두고, 장애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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