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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마음, 음식선택 ④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1.08.01 17:30
  • 호수 1596
  • 댓글 1

다양성 수용하는 마음습관 중요

의견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
생각이 다르면 악마화가 문제
자신 내면의 선함 이끌어 내고
상대의 선함을 경청함이 중요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는 신화란 ‘삶의 사실들 속에서 성취될 수는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열망’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좌파든 우파든 열망과 현실의 간극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그 차이를 창조적으로 끌어안아야, 신화는 우리의 현재를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도록 북돋아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가 ‘열망’과 ‘현실’을 혼동한다면 개인은 물론 국가까지 깊은 곤란에 빠질 수 있다. 즉 신화가 국가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 후 신화에 담긴 비전을 복원하면서 현실을 그 비전에 근접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좌파든 우파든 우리는 마음 작업이라는 어려운 수행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당위와 현실 사이의 비극적 간극을 가슴에 품고 견디는 비통한 자들(brokenhearted)이다. 마음이 부서져 우리를 분리시키는(broken apart) 냉소주의나 소비주의 또는 이상주의에 빠졌다는 것이 아니다. 부서져 열려(broken open) 다양성과 차이를 수용하도록 마음 습관을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긴장을 시민공동체의 새로운 형성 쪽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 (여기서 마음은 라틴어 ‘cor’에서 나왔다. 단지 감정만이 아니라 지적·정서적·감각적·직관적·상상적·경험적·관계적·신체적인 ‘앎의 방식’과 ‘앎’이 서로 통합되고 수렴되는 중심부이다. ‘cor’는 또 ‘courage’의 라틴어 어원으로 행동할 용기와 행동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첫째, 현실과 열망의 비극적 간극은 자신의 세대를 넘어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수 있음을 우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 끊임없이 갱신하는 민주주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즉 ‘헌법’ 구조안에서 서로가 경쟁하는 권력 중심을 창조해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의견 차이를 싸움의 자연스런 근원으로부터 안정의 근원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헌법의 위대한 성취인 것이다. 고로 열망을 실현시키려면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잠재적 파트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파트너와 진정으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의견의 강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동의 않는 사람을 악마화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희생양 만들기’는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덮어 씌우면서 위로를 얻는 데 그 의도가 있다.

인종·사회계급·종교·이데올로기가 다른 타인에게 자기 내면의 그늘을 투사한 후 결핍된 것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타인을 깔아뭉개고, 상대의 열등함을 토대로 우리 우월함을 주장한다. 그렇게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둘째, 비극적 간극 속에서 오랫동안 희망을 가지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단지 ‘효율성’을 성공과 실패의 궁극적 척도로 삼을 수 없다. 효율성이 척도가 된다면 보이는 결과를 내는 과제에만 매달리게 된다. 커다랗고 불가능하나 핵심적인 가치가 포함된 과제는 쉽게 포기해버린다.

우리는 효율성보다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바로 ‘충실함’이다. 개인으로서의 ‘독립성’과 ‘사익성’을 버리고,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가 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시민의 일반 의지를 서로에게서 발견하고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 내면의 ‘선함’을 과연 얼마나 이끌어내려 했는가. 상대의 ‘선함’을 얼마나 경청하려 했는가.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고자 끊임 없이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적이 있는가. 동료 시민을 신뢰하는 것에 있어 온 마음을 다했던 적이 있는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더라도 공공선을 증언하라는 용기의 부름에 충실했는가.

인간사에서 마음 역할은 너무나 중요한 동인이다. 하지만 역사학은 물론 경제학, 정치학, 의학 등 모든 학문에서 이 마음의 힘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자 인류의 무지다. 무엇보다 우리는 민주주의에서조차 그 성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늘 제외해왔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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