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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마음, 음식선택  ⑤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1.08.17 13:29
  • 수정 2021.08.17 13:30
  • 호수 1597
  • 댓글 1

음식 선택이 지구 전체를 바꾼다 

세계문제 풀 실마리는 ‘음식’
내 몸, 지구 위한 의식 가져야
자연·생명 착취하는 세계관서
벗어나야 민주주의 제 기능

과연 민주주의가 오로지 선거와 정치, 정당 명칭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국민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민주주의가 쓸모있는 것은 그것이 태도에서, 사람들 간의 최상의 주고받음에서, 종교·문학·대학·학교에 대한 믿음에서, 모든 공적 사적인 삶에서의 민주주의에서 꽃과 열매로 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한다. 

오늘날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파괴로 나타나는 지속가능성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태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 즉 시민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글로벌 유대와 협력은 물론 시민권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동체 커뮤니티의 질과 범위가 새롭게 확장돼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공공성을 띤 시민권이 일상과 생활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국가 시민’으로서만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역할도 동시에 필요하다. 그리고 시민권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과 밀접한 인간적 규모의 쟁점을 언급함으로써 커다란 관심사들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도 요즘 지정학이 아닌 ‘생물권’ 정치를 배운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Greta Thunberg)로부터 시작된 ‘기후 학교파업 시위’ 등을 통해 이미 아이들은 존재의 모든 순간과 일상에서 매일 하는 모든 일이 타인의 삶과 다른 창조물, 생태계와 지구의 영역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배운다. 그런 점에서 ‘음식’의 역할은 중대하다.

가장 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우리는 우선 개인적인 문제, 즉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를 물을 수 있다. 음식의 정치학, 즉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통제 범위 안에 있고 우리를 지구 전체의 경제·정치·생태적 질서와 연관시키는 행동이 된다.

첫째, 세계의 문제들. 특히 기아·불평등·생태계 파괴 같은 지구적인 문제들은 너무나 심하게 서로 얽혀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뿌리가 너무 깊고 그 결과는 끝이 없어 보여, 한마디로 우리를 마비시킨다. 음식은 이 거대한 혼돈의 장벽에 틈을 낼 수 있는 도구이자 실마리다. 이 실마리를 따라가면 서로 얽혀있어 혼돈으로 보이는 것에서 의미를 보기 시작한다. 점차 우리가 하는 선택에 의해 자신의 일상생활을 사물이 마땅히 이러해야 된다는 자신의 생각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음식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견해에 따라 행동을 하도록 격려해 준다. 무력감에서부터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변화된 우리 자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의 일부가 된다. 이렇게 우리의 몸과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음식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겉보기에 조그마한 선택은 우리의 삶 전체와 세상을 바꿔놓는 일련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음식은 우리 자신과 문화 그리고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핵심이다. 이제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려놓고 자연과 생명을 착취와 개발의 대상만으로 보는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세계관은 생산체계와 소비문화를 자기파괴적인 것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그것이다.

하루 수십억의 동물들이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고 매초 1200평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10억명은 배고파 굶어 죽고 10억명은 배불러 아파 죽는 등 그 파괴적 후유증은 인간사회부터 심해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에 걸쳐있다. 그것도 현대사회의 상징인 합리성의 이름으로 제도적으로 자행된다. 마치 제 기능도 못한 채 말라버린 앙상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말이다. 

누가 자신이 혐오하는 세상을 만들기를 원하겠는가. 그럼에도 원인 제공자가 우리 자신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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