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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로 직접 요리하며 성취감도 맛봐요

  • 교계
  • 입력 2021.08.20 21:54
  • 수정 2021.08.20 22:16
  • 호수 1598
  • 댓글 0

대조·판교노인복지관 어르신에 신선한 재료 담은 밀키트 제공
영양 불균형 해소…실시간 요리 채팅으로 고립감도 개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노인복지시설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어르신 정서 문제는 물론 규칙적인 식생활마저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복지관들은 결식예방을 위해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으나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 특성상 고른 영양 섭취가 필수이기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가 운영하는 일부 복지관들이 밀키트를 활용한 식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덕원삼천사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대조노인복지관(관장 이동열)은 올해 1월부터 밀키트 지원을 시작했다. 저소득 어르신 60명에게 매달 1회씩 대체식과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밑반찬 배달 서비스 대상 어르신 40명에게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이 차별화된 식사지원으로 주변 복지관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밀키트 지원은 어르신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하는 복지사들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코로나 여파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가 인기를 끌고 있었고,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자는 것에 의견이 모였다. 이후 대체식 대상자 만족도 조사를 거쳐 영양성분과 기호에 맞춘 국물요리를 준비키로 했다. 나연주 과장은 “밀키트는 신선한 재료로 구성해야하는 만큼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복지관에 후원물품으로 식자재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하되 번거롭지 않고, 조리가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복지관은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양념을 하나로 포장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쉽게 따라할 수 있게재료와 함께 영양정보가 담긴 레시피도 넣었다. 건강은 물론 편리성까지 모두 충족시켰다.

복지관이 밀키트를 지원한지 8회째, 회가 거듭될수록 반응은 폭발적이다. 요리를 해본 적 없는 어르신들도 계시기에 처음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반영해가며 메뉴를 선택한 결과 어느새 어르신들 사이에서 ‘대조동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밀키트를 받은 김 모 어르신은 “매달 나눠주는 날이 기다려진다. 직접 요리하면서 움직이는데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한 모 어르신은 “요리를 할 줄 몰라 레토르트 식품만 주로 먹었는데 복지관에서 밀키트를 지원해준 뒤로는 찌개와 전골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어떤 요리라도 조리법만 따라서 하면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동열 관장은 “그동안 우렁된장찌개, 동태탕 등 시도하기 어려운 메뉴들을 밀키트 형식으로 제공해 반응이 뜨거웠다. 고른 영양 섭취는 물론 요리를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며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밀키트 지원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기에 앞으로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남 판교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일운 스님)도 지난해 8월부터 시청 지원으로 특화사업 ‘우리동네 같이부엌’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밀키트로 직접 요리해보는 사업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우울, 고립감 등을 해소하고 영양상태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복지관은 시작에 앞서 심리검사, 일상생활능력 척도 검사를 통해 우울․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독거 어르신 10명을 선정해, 매주 1회씩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의견을 수렴해 매주 영양성분을 고려한 새로운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복지관은 영상을 촬영하고, 요리강사와 함께 신선한 식재료를 직접 주문, 목요일 아침마다 재료를 손질하고, 일일이 소분한 뒤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어르신들은 채팅을 통해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채팅을 통해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상을 보며 직접 따라하고 채팅방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강사가 조리하는 모습을 촬영해 제공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은 영상 레시피를 보며 팔보채, 버섯들깨탕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요리 후 SNS에 만든 음식과 소감문을 공유하며 의사소통 기회도 가졌다.

최 모 어르신은 “다양한 요리를 해보고 sns를 통해 서로가 만든 요리를 보니 혼자 사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고 했다. 김 모 어르신은 “수술 후 혼자 살면서 체력이 떨어져 요리도 하지 않았는데 재료를 준비해주고 레시피까지 알려주니 매끼 챙겨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복지관은 밀키트를 활용한 사업이 이 단순한 식사제공 차원을 넘어 인지기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건 복지사는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챙겨주는 이마저 없어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그런 부분에서 ‘우리동네 같이부엌’은 요리 과정을 통해 어르신 건강 및 일상생활능력을 증진시키고, 사회관계망 형성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장 일운 스님은 “시대 흐름에 맞는 어르신들의 욕구를 반영한 더욱더 촘촘한 복지 사업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어르신들에게 제공된 동태탕 밀키트.
어르신들에게 제공된 동태탕 밀키트.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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