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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며 살다간 나를 잃는다

기자명 희유 스님

타인의 눈치 살피느라
나답지 못하게 사는 삶
‘하는 척’ 포장하는 습관 
생기지 않도록 단속해야

입추와 말복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인 듯합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는데 코로나19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마스크 벗고 살수 있겠다’ 싶었는데, 연일 더 많은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오랜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에 지쳐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는 ‘스윗데이’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야근을 많이 하던 총무회계팀이 요즘은 가장 일찍 퇴근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2층 통합사무실의 직원들에게도 “일찍 가라”고 재촉을 해 놓고 저도 오랜만에 ‘땡!’ 퇴근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저녁식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바로 퇴근을 했지요. 그래도 조금 완화되었을 땐 직원들과 같이 공양도 하고 차도 한잔하는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직원들도 바로 퇴근을 합니다.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습관이라는 것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우연히 모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예능인의 말에 무척이나 공감을 하였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척’하는 것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삶을 못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척만 하기로 하였고 그렇게 살고 있다는 소리를 하더군요. ‘~척’ 그것은 바로 자신답게 살아야 함에도 타인의 눈치 때문에 자신답게 살지 못하는 우리들 삶의 태도를 꼬집는 것이지요. 있는 척, 잘난 척, 멋진 척 등 각종 척을 하면서 자신을 포장하는 그런 삶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인 것 같습니다.
강원 시절 차례법문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치문반부터 화엄반까지 모두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법사가 되어서 대중에게 법문을 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단골 법문이 바로 ‘답게 살자’라는 주제였습니다. 자신답게 살자는 것을 강조하면서 수행자는 수행자답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바로 모 예능인이 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척만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잘난 척이나 있는 척을 하다 보면 그 척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타인의 눈치만 살피는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요. 그래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의 척만을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지런히 기도하고 정진하며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한 것일테지요. 좋은 습관이 모여야 이런 선한 마음도 생길테니 말이지요.

‘불반니원경’에 ‘마음이 사람을 따르게 할지언정 사람이 마음을 따르게 하지 말라. 마음은 그 사람을 그릇되게도 하고 아라한이 되게도 하며, 하늘 천신도 되고 축생도 되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마음이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을 비롯해서 많은 조사스님들께서는 ‘일체가 유심조’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바로 그 마음이라는 것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사람을 따르게 해야지 사람이 마음을 따라가면 선업을 짓기도 하고 악업을 짓기도 하여 수행에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바른 마음을 잘 다스려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척만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삶에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부처님 제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척을 하고 있는지, 자신답게 살고 있는지, 마음이 자신을 따르게 하는지 자신이 마음을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 삶의 주인공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척을 하면서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진하는 우리들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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