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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과학자들의 6가지 기후위기 해결책을 검토해 보면”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1.09.01 17:50
  • 수정 2021.09.01 18:04
  • 호수 1600
  • 댓글 2

과학자 1만3800명, “기후비상사태” 선언
6개 분야의 획기적 변화 및 행동지침 제시
탄소세 부과 등 급진적 정책 시스템 시급
채식으로 전 지구적인 보건정책 시작해야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세계 과학자들의 6가지 기후위기 해결책을 검토해 보면’ 제하의 기고를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

2019년 11월 전 세계 153개국 1만3800명의 과학자들이 옥스퍼드대의 ‘바이오사이언스’에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제시하고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97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50개국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지 정확히 40년만이다.

현재까지 34개국 1990여 자자체들이 기후비상사태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7월27일 미국 나사를 비롯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다시 모여 2년전 지표를 갱신하며 지구 시스템에 중요한 요소들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랐거나 이미 한계를 넘었다는 진단과 함께 ‘국제 과학자들의 기후비상사테 경고 2021(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2021)’을 ‘바이오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이러한 세계 과학자들의 집단행동은 역사상 전례 없을 뿐 아니라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특히 크게 우려하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사육 반추동물(소·양과 같이 되새김질하는 동물)의 수가 40억 마리를 넘었고 이들 질량을 합치면 인간과 야생동물 총질량보다 많다는 점 △브라질 아마존 연간 산림 손실률은 지난해 최근 12년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을 넘어섰다는 점 △해양 산성화와 열파로 인해 5억명이 넘는 인구가 의존하는 산호초가 사라질 위협에 처했다는 점 등이다.

과학자들은 기후 정책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복구 계획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탄소세를 도입하고 각국 정부가 급진적 기후 정책을 도입하는 등 사회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후 행동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후위기 교육이 전 세계 학교 핵심 커리큘럼에 포함돼야 한다고도 했다. 나아가 기후위기도 지구 시스템 이상의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시스템 자체의 이상에 대처하기 위해 근본적 원인, 인간에 의한 지구 과잉 착취를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세계의 과학자들이 즉각 실천을 촉구하며 제시한 6개 분야의 획기적 변화 및 행동지침이다.

1979~2020년 반추동물 가축 수 추이(10년간 8,72% 증가)와 브라질 아마존의 산림 유실률(10년간 24.3% 증가) 그리고 해양 산성화 정도(10년간 4.12% 증가). 출처=바이오사이언스 ‘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2021‘
1979~2020년 반추동물 가축 수 추이(10년간 8,72% 증가)와 브라질 아마존의 산림 유실률(10년간 24.3% 증가) 그리고 해양 산성화 정도(10년간 4.12% 증가). 출처=바이오사이언스 ‘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2021‘

첫째, 신속하게 화석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와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하라는 것이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세계는 지구 평균기온의 2℃ 상승을 막고 가능하면 1.5℃ 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8월11일 발행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는 지구 표면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하로 묶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한다면 기온이 1.5℃ 상승하는 시점이 2021~2040년, 즉 2018년 ‘IPCC 1.5℃ 특별보고서’가 예상했던 2030~2052년보다 10년이나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위해 엄청난 노력하는 경우(최소 배출 시나리오)에도 2050년에는 기온 상승 폭이 1.5℃를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IPCC는 인류의 노력 여하에 따라 21세기 말에 다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덧붙여 국제 사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 두기는 했다. 인류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최대한 감축해야 21세기 말 지구 기온을 다시 1.5℃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고, 기후재앙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IPCC는 ‘탄소 예산’(carbon budget) 개념으로 인류가 앞으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양을 제시하고, 그에 맞출 것을 주문했다. 인류는 1850~2019년에 2390기가톤(Gt, 10억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그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은 1850~2019년에 1.07℃ (가능한 범위는 0.8~1.3℃) 상승했다. 지구 기온 상승 1.5℃까지는 0.43℃도 남았는데, 향후 500기가톤을 더 배출하면 1.5℃ 목표 달성 가능성은 50%이고, 배출량을 400기가톤으로 줄일 경우에는 1.5℃ 목표 달성 가능성이 67%로 커진다. 연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42기가톤을 가정하면 인류 또는 각 나라마다 얼마의 시간과 배출량이 남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둘째, 메탄과 블랙카본, 대류권 오존 등 단기성 온실가스를 신속하게 줄이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단기 온난화 추세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성 온실가스의 감축은 빠르게 지구 온도를 냉각시켜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 즉 임계점을 치닫는 온난화의 양의 되먹임 추세를 일단 진정시키게 된다. 이는 인류가 재생에너지와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결정적’ 시간을 벌어준다. 이 단기성 온실가스는 ‘최신 기후과학의 성과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그 전략적 효용성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도 ‘처음으로’ 단기성 온실가스 특히 메탄의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가 내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해도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감축 효과가 지구 온도 저하까지 이어지려면 20~30년 걸리지만, 메탄을 줄이는 것은 향후 10년간 지구 온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메탄의 단기적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하고 현재 대기 중 메탄 농도는 과거 80만년 이래 가장 높은 상태다.

단기성 온실가스인 메탄과 대류권 오존의 주 배출원은 축산업이다. 메탄을 감축하면 그 즉시 대류권 오존도 줄어든다. 이 둘만 합해도 이산화탄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영향을 끼친다. 또 다른 단기성 온실가스인 블랙카본은 40~50%가 숲과 대초원을 불태우는 데서 발생한다. 유엔에 따르면 육류 생산으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불태워졌는데 이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인 그을음이 남극 블랙카본의 60%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셋째, 산림과 초원, 이탄지대, 습지와 맹그로브 숲, 바다와 토지 같은 자연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 생태계가 핵심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업은 지구 표면의 1/3과 세계 농지의 80%를 차지하고 토지 남용과 삼림 훼손의 최대 원인이다. 식습관을 전환하면 필요 없게 된 목초지와 사료용 토지에 숲이 되살아나고 삼림을 조성함으로써 자연보존과 생태계 복원에도 핵심적인 전환점이 된다. 무엇보다 산림 회복과 식목은 현재 절실한 대규모 탄소 흡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남획과 오염으로 파괴되고 있는 바다 또한 흡수원으로서의 잠재력을 되살려야 한다.

넷째, 동물성 식품을 줄이고 거의 채식이나 비건 위주로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2018년 10월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50년 인류의 생존을 위해선 육류소비를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한다. 세계 평균 시민들은 현재 대비 소고기 소비량을 75% 줄이고, 돼지고기는 90%, 달걀은 절반으로 줄이고 서구는 소고기 소비량을 현재보다 90%, 우유를 60%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파국, 즉 지구 온도를 2℃ 넘지 않기 위해서인데 1.5℃ 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채식이나 비건(완전채식)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식습관의 연결 고리 역할’이다. 식습관 전환 즉 채식과 비건을 고리로 메탄과 단기성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재생에너지와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는 시간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 숲 바다의 온실가스 흡수원을 재생시키는 데도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류는 채식이나 비건을 통해 ‘지속가능성의 선순환이냐 아니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다섯째, 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생물권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해결하고, 국내 총생산(GDP)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즉 생물권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빨리 많은 돈을 벌겠다는 이기심과 탐심의 경제학은 단기 경제학이다. 이 방식은 막대한 외부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부담을 미래로 떠넘긴다. ‘대대손손 황금률’ 즉 우리가 다음 세대에 바라는 만큼 미래 세대에 베푸는 방식의 장기 경제학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는 산업문명 전체에 대해 전 지구적 질문을 던지고 환경과 새롭게 관계 맺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외부비용의 내부화와 함께 근본적으로 소비패턴과 사고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여섯째,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의 교육과 권리를 향상시킴으로써 자발적 가족계획을 통해 20만명 이상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세계 인구가 해마다 8000만명씩 증가하고 그 와중에 중국 인도 등 약 30억명이 먹이사슬의 더 위로 올라가서 더 곡물 집약적인 육류를 소비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리고 세계 인구가 2050년 90억을 전제하면 어떤 기술적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육류와 유제품 위주로 짜인 서구식 식단의 전환 없이는 에너지 기아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자원고갈 등의 지속가능성 해결은 요원하다.

전 세계 153개국 1만 3800명의 과학자들의 경고가 게재된 옥스포드대 ‘바이오사이언스지’.
전 세계 153개국 1만 3800명의 과학자들의 경고가 게재된 옥스포드대 ‘바이오사이언스지’.

기후는 공유재이다. 국가 차원에서 다들 남들이 잘 해줘서 무임승차로 득을 보기만 원하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면 지구 공유지의 비극은 피할 수 없다. 세상은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으며 인류는 기후변화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를 묻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문제, 즉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음식의 정치학 즉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통제 범위 안에 있고 지구 전체의 경제 정치 생태적 질서와 우리를 연관시키는 행동이다.

육류나 유제품의 소비만 줄이면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대체육류와 대체유제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도 희망적이다. 이제 정부도 공장식 축산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육류와 유제품에 그에 합당한 탄소세를 부과하여 사람들의 좀 더 나은 식습관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고기 소비는 GMO(유전자조작식품)콩과 GMO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구조가 부른 소비이다. 이런 시스템이 고기 소비는 자동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도 일종의 희생자다. 환경 및 건강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불러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문제다. 사육자들은 그저 더 많은 생산에 보상을 주는 이런 시스템에 갇힌 것뿐이고 이를 개선하고 전업을 돕는다면 이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교훈에서 보듯 인간과 동물, 자연환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각국의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건강과 복지정책 패러다임으로 인간에게만 이롭거나 동물에만 이로운 것, 혹은 자연에만 이로운 것이 아닌 인간 동물 생테계 모두에게 이로운 하나의 건강 즉 '원 헬스(One Health)'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축산업의 기후변화와 전염병. 생태계 파괴와 만성질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고려할 때 건강한 채식의 보급이야말로 전 지구적인 보건정책으로 검토할 만하다. 육식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환경파괴 유형 중에서도 선도 역할을 하며 지속가능성 논의의 중심에 있는데다 이제 인류는 문명 속에서 다른 생명체에 존중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단계의 의식 수준에 와있기 때문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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