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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이주민 시대의 한국불교] 1. 불교계 이주민 지원 현황과 과제

1994년 이주민 지원 시작…사찰진료소·노동자 쉼터 마련 등 전개

외국인 유입 급증 다문화사회 진전…스님·실천가 중심으로 이뤄져
마주협·센터위탁 등 불교계 이주민 인식 성장하면서 종단서도 관심
지원 늘긴 했지만 낮은 인식·조직적 체계 미비는 여전히 당면 과제

생계·정착·의료지원 등 불교계 이주민 지원 흐름은 시혜적 차원을 넘어서 이주민 자립과 연대를 통한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교계가 이주민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 무렵 한국사회는 고도 경제성장에 따라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의 유입이 급증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다문화사회로 진입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았다. 특히 이주민에 대한 임금체불, 폭행 등 심각한 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언어와 현지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민들이 기댈 곳은 시민단체와 종교계뿐이었다. 가톨릭은 이주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교구차원에서 이주민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교계는 아직 이주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러다 1994년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을 중심으로 이주민 지원이 시작됐고, 1990년 중후반 스님과 단체들이 출범하면서 불교계 이주민 지원이 본격화됐다. 1994년 서울 영화사에서 봉행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는 인간방생 기원법회’를 시작으로, 1995년 부천 석왕사가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설립, 상담․쉼터․공동체모임 운영지원 등을 진행했다.

1990년 중후반 불교계 이주민 지원은 의료취약계층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료 지원에 집중됐다. 불자의료인들을 중심으로 한 선재마을의료회가 1999년에 최초로 사찰진료소를 도입해 서울 봉은사에서 진료를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2000년에는 전국병원불자연합회가 진료 활동을, 2001년에는 김포외국인동자인권문화센터가 의료상담활동을 펼쳤다. 이와 더불어 이주민들의 애환을 달래줄 지원 단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2000년 불교계 최초로 이주노동자 쉼터(구미 보현의 집)를 설립한 진오 스님은 ‘꿈을이루는사람들’을, 정호 스님은 ‘행복한이주민센터’를, 도제 스님은 ‘아시아밝음공동체’ 등을 설립했다. 임금·체류자격 등에 관한 인권상담소, 한글학교, 법회 및 휴식 공간도 마련됐다. 불교계의 이주민 지원 단체는 2009년 29곳으로 늘어났다.

이주민에 대한 불교계 내부의 인식이 성숙해지면서 2000년대 초반 조계종은 종단 차원의 지원에 나섰다.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불법체류 상태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확인한 조계종은 지원책 마련에 고심했다. 특히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지지에 힘입어 본격적인 지원 사업이 추진됐다. 외국인 상담지원센터를 개소하고 간담회를 개최해 이주민 지원에 대한 불교계 역량을 결집시켜 나갔다.

이러한 종단의 노력은 전문 인력이 배치된 이주민 전담 단체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각 지역서 한국어교실, 쉼터, 노동상담 등을 해오던 불교계 단체들은 이주민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전국적 네트워크와 창구 단일화에 의견을 모았고, 그 결과 2004년 이주민불교지원단체협의회가 구성됐다.

이후 2007년에는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이하 마주협)로 개명해 이주민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마주협은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워크숍 등을 통한 지원 단체의 인적 역량 강화 사업, 인식개선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가동했다. 마주협은 개별 지원이 주를 이뤘던 불교계 이주민 지원 활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종단의 활동과 함께 국제포교사회, 불교여성개발원 등 이주민의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재가단체들의 지원도 본격 시작했다.

종단의 조직적 움직임이 나타난 2007~2008년에 접어들며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제고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과 지원이 이뤄졌다. 실제 2007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2008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이 차례로 제정됐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 기조에 발맞춰 불교계도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으로 지원 영역을 넓혀갔다. 2006년부터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정부로부터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비롯한 다수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유치에 힘썼고 다문화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인 영등포, 종로 센터를 연이어 수탁했다. 그 중 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불교계의 다문화 지원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보여줬다.

2009년부터 불교계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 폭넓은 이주민 지원에 역점을 뒀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다문화정책 포럼, 다문화 축제를 개최했고 마주협은 전법회관에 외국인도움센터를 개설해 각국의 외국인 스님, 이주민단체들 간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문화가정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여러 차례 이주민 정책 토론회를 열며 불교적 마인드를 갖춘 전문가 양성, 다문화 가족 전담기구 설치 등을 논의하며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구상했다. 이런 가운데 천태종 명락사도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공동생활시설 ‘명락빌리지’를 개원해 자립기반을 돕는데 힘을 보탰다.

2010년대에도 이주민 지원 사업이 이어졌으나 다문화가정에 초점이 맞춰 진행된 양상을 보였다. 전주 참좋은우리절은 (사)착한벗들을 설립해 다문화가정 지원에 나섰다. 오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가정 전용 도서관을 2011년 개관했으며, 오산 대각사는 공교육에서 소외된 다문화 아동을 위해 대안학교인 ‘행복한 학교’를 2013년 개교해 이주민들을 향해 10년간 전력해온 결실을 맺기도 했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만큼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이혼율도 높아지자 다문화 한부모 가족의 자립을 위한 ‘달팽이모자원’도 개소했다. 이와 함께 법보신문도 2016년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을 설립해 이주민 병원비 지원, 2019년 다불련 창립 지원, 영등포건강가정다문화센터 위탁 등 전문적인 이주민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 ‘베트남 하노이 빌리지’, 천안 ‘선재원’, ‘JTS 안산 다문화센터’ 등 전국 곳곳에 법률상담, 한글교실 등 토탈 서비스가 가능한 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를 통해 통번역 상담원을 배출하는가하면 다문화 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생계, 정착, 취업지원 등 불교계 이주민 지원 흐름은 시혜적 차원을 넘어서 이주민들의 자립과 연대를 통한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주민들이 한공간에 모여 공동체적 안정감을 얻고 정보를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불교계의 이주민지원이 20여년전에 비해 단체와 지원제도들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은 물론 체계적인 조직체가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재정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이주민에 대해 관심과 지원이 산발적으로 그친다는 지적이다.

(사)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은 “그동안 많은 스님과 단체들이 이주민 지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종단차원에서 적극적인 이주민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다문화시대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불교계 인식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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