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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전성시대

기자명 이재형
  • 사회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재가자 5800명 안거…사찰수련회 1만700여명

수행법 강의에 불자들 운집

수행콘텐츠 마련 동호회만 1500곳


12월 23일 오후 7시 30분, 수행법 대강좌 결제가 열리는 조계사 극락전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행사를 주최한 조계사청년회는 미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2층 설법전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이곳도 강의가 시작하자 곧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최측은 처음 수강자를 108명을 대상으로 한정하려 했지만 매번 200명이 넘게 이곳을 찾고 있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수행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비단 이 곳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재 전국 32곳의 재가선방에서는 동안거를 맞아 5800여 명의 재가불자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다. 사찰수련회 참가자도 갈수록 늘어 지난 여름 1만7236명을 기록했으며 이번 겨울 수련회에도 2000여 명 이상이 동참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수행열풍은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급속한 증가를 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수행관련 콘텐츠를 마련해 놓은 불교동호회가 1450여 곳에 이르고 있으며, 그 형태도 간경, 염불, 위파사나 등 다양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최근 철야정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찰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매년 200여 명이 미얀마 등 동남아로 위파사나 ‘유학’을 떠나고 있는 것도 수행에 대한 열기를 보여주는 뚜렷한 현상 중 하나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스님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수행이 최근 재가불자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한국불교 1700년 전통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여서 가히 ‘수행의 시대’라 할 만하다.


경제여유-불안 증가 수행으로 극복

기복불교 반성 영향 “방편만 난무”시각도


이렇게 수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먼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반면 스트레스와 불안의 요소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요즘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달라이라마나 틱낫한 스님 등의 활동과 수행·명상 서적들의 확산도 이러한 수행열풍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또 70∼80년대 불교를 지식으로 혹은 기복적으로만 받아들였던 극단적인 풍토에 대한 반성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고 최근의 이런 흐름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행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지만 단순한 마음의 안정과 건강에만 머무르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다. 즉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인 ‘깨달음’은 오간데 없고 ‘방편’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또 교리에 대한 몰이해와 이로 인한 자비행의 부재도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행열기가 일시적인 현상에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수행의 목적에 대한 정확한 지도와 교리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북 봉화 각화사 선원장 고우 스님은 “요즘 재가불자들의 수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참나’를 찾도록 지도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종단과 수행지도자들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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