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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개발이 재앙 부른다

금년 여름, 우리는 어느 해 보다도 혹독한 자연의 재앙을 겪어야 했다.

'100년만의 대홍수', '기상대 관측 이후 최대의 집중 호우', 조상대대로 모여 살아온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조상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들판이 자갈밭으로 변해버렸다. 참으로 무서운 자연의 대재앙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이런 재앙을 겪은 것이 아니었다. 일본, 중국, 인도는 물론 저 멀리 독일, 체코, 프랑스, 폴란드, 시베리아까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의 대재앙이 휩쓸고 지나갔고, 언제 또 어떤 재앙이 닥쳐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있다.

이렇듯, 자연의 대재앙이 계속해서 지구를 무차별 엄습해오자 서양의 유신론자(有神論者)들은 또 다시 지구의 종말론을 들먹이고 '최후의 심판'이 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촌을 덮치고 있는 자연의 대재앙은 결코 어떤 심술궂은 신이 내린 저주도 아니요, 징벌도 아니요, 인간 스스로 자초한 재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그들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구의 허파인 산림을 마구 남벌하며 황폐화시켰다. 지금 이 시각에도 아마존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시베리아의 원시림들은 무차별 잘려 나가고 있다.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쏟아내는 각종 공해가 결국 지구온난화를 불러왔고, 지구온난화가 잦은 태풍의 발생을 촉진시켰으며 인간이 쏟아낸 각종 폐기물이 강을 썩게 하고 바다를 오염시켜 결국은 저 무서운 적조현상까지 자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장 한곳을 만들기 위해 수십만평의 임야가 사라져야 했는데, 오늘 우리나라에는 무려 200곳이 넘는 골프장이 산하를 뒤덮고 있고, 스키장을 만들기 위해 푸른 산을 헐어내고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휴가를 빨리 즐기려 가기 위해 산허리를 싹뚝 잘라 도로를 만들고 나무를 베어내고, 그것도 모자라 산허리에 구멍을 뚫고 어거지로 도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가 사라진 곳, 산이 잘려나간 곳에서는 어김없이 산사태가 일어났고 하천이 범람했고, 홍수가 일어났다.

우리는 그동안 천민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쾌락과 편안함과 풍요로움에만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무자비한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개발이라는 깃발을 쳐들고 산을 절개하고 계곡을 메우고 산에 구멍을 뚫고 어김없이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덧씌웠다. 그리하여 결국은 비만 오면 토사가 흘러내리고, 흘러내린 토사가 계곡을 메우고 급기야는 골짜기마다 물이 넘쳐 산사태와 홍수를 자초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만든답시고 지금 서울 외곽 북한산과 수락산에서 자행되고 있는 개발사업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번 여름의 산사태와 홍수를 보고도 공사를 강행하려는 자들이 있다. 훗날, 북한산과 수락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홍수가 일어나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피해가 일어난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막혔으면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요 법칙이거늘 이 순리와 법칙을 어겨가며 산을 자르고 계곡을 메우고 나무를 베어가며 관통도로를 만들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서울에 엄청난 산사태와 홍수를 자초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연을 망치고 자연을 거스르는 산중관통도로계획을 백지화 하는 것이 백번천번 옳은 일일 것이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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