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매 한 번 맛보면 수행 절대 놓을 수 없지”

기자명 채한기

문수산 축서사 주지 무여 스님

1966년 출가 이후 30여년 동안 수선안거에 매진해 온 무여 스님은 1987년 문수산 축서사에 주석하며 수많은 운수납자를 제접해 오고 있다. 행자시절부터 ‘이뭐꼬’ 화두를 참구한 스님이기에 수행 초기 ‘상기’현상은 없었는지를 여쭈어 보았다. 무리한 참선 수행으로 기가 위로 솟구쳐 오르는 ‘상기’현상으로 얼굴 화상까지 입는 스님도 있을 정도이니 혹 스님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에서다.

“상기 현상은 없었지만 수행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지나면서 허리가 아팠어요. 아무래도 그 때 정진의 도가 심했나 봐요. 허리 통증으로 한 동안 고생은 했지만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요.”

<사진설명>지난 30여년 동안 수선안거에 매진해 온 무여 스님은 축서사에서 운수납자를 제접하고 있다.


토굴 수행은 화두 성성할 때

-.무리한 정진으로 몸을 크게 망치는 스님도 있습니다. 수행경력이 짧은 수행자가 용맹정진 하는 것에 반대하는 스님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공부는 근기에 맞게 해야 합니다. 근기란 건강과 발심 정도와 신심과 공부가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근기에 알맞게 지혜롭게 하면 의외로 쉽게 바로 될 수 있는가 하면, 어리석게 하면 어려운 일일수도 있습니다. 비록 수행경력이 짧다고 해도 화두참구는 용맹스럽게 해야 합니다. 용맹정진이란 며칠씩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는 것을 말하는데, 며칠씩 잠을 자느냐, 안자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용맹스럽게 열심히 참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스님의 수행 과정에서 조복(調伏) 받기 어려웠던 가장 큰 마장(魔障)은 무엇이었습니까.

“졸음이었어요. 그 때는 ‘졸음’만 없으면 며칠 안 가서 공부를 마칠 것 같았어요. 공부는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화두를 지어가면 졸려고 해도 졸음이 오지 않아요.”

-.요즈음 토굴이 유행처럼 번지듯 확산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젊은 수좌 스님들이 토굴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수행을 하다 보면 대중이나 대중처소가 공부에 방해가 되고 지장을 주는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부가 잘 되어서 밤낮없이 용맹정진하고 싶다든지, 공부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에 간절한 생각이 나서 오직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필요가 있을 때라든지, 아니면 아주 잘 되어서 선정에 드는 경우는 토굴이나 독방이 좋습니다. 토굴이나 독방은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해서 오직 공부에 빠지기 위해서 가는 것이지 다른 이유나 목적으로는 가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오직 공부를 앞세워야 합니다.


-.‘화두삼매’란 어떤 경지입니까.

“화두삼매란 화두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 화두에 완전히 빠진 상태를 말합니다. 화두가 잘 되어서 일체 번뇌망상이 다 사라지고, 나와 화두와 세계가 한 덩어리가 되어 아주 성성하고 적적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때는 참선하는 곳이 어딘지, 시작한 지가 몇 시간이 되었는지,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고 깊은 선정에 들어있는 상태입니다. 며칠 전에 백양사 서옹 스님이 좌탈입망(坐脫立亡)하셨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앉아서 죽고 서서 마음대로 죽는 것도 다 삼매의 힘이지요. 이 삼매의 경지에 가면 신통한 불가사의한 힘도 생깁니다. 장차 깨달음이 가깝습니다.


-.삼매서 깨어나면 어떤 느낌입니까.

“삼매에서 깨어나면 몸과 마음이 아주 가뿐하고 상쾌합니다. 마치 목을 졸였다가 풀린 것 같고, 깊은 물에 빠졌다가 건져져 나온 것 같이 자유해탈의 통쾌함을 느낍니다. 또한 육체는 가볍고 오묘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십시오. 조금이라도 느껴보면 수행을 안 할 수가 없지요. 선정에 들어보아야 수행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수행에서만 느낄 수 있고, 수행을 떠나 인생을 논할 수 없습니다.”



가벼운 ‘혼침’오도로 착각


-.수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다’며 선방을 박차고 나가는 스님들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깨달음에는 신참 구참도 없고, 남녀노소도 없고, 승속도 없습니다. 화두가 되는 사람은 자기 공부를 잘 알아서 조금도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정이 나서 아주 맑고 가벼울 때 순간 경계가 변한다든가, 또는 그렇게 잘 되다가 가벼운 혼침 상태가 되면 깨친 것으로 잘못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 이 경계에 빠지면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이 때 지혜가 생기는데 이전에는 이해가 안되던 경전이나 어록이 이해가 되고, 몇 구절 걸림이 없다가 깨달았다는 마음을 내기도 합니다. 경계가 변하면 반드시 선지식의 점검을 받고 탁마를 해야 합니다.”



계행 청정치 않으면 외도에 떨어져

-.깨닫고 나서도 수행을 통해 더 닦아야 하는 것입니까?

“그것을 보임(保任)이라 합니다. 깨달은 경계를 수용하여 일상의 살림살이가 되게 해야 합니다. 깨달음은 비록 부처님과 같다고 하더라도 여러 생을 살아오면서 익힌 습기가 깊으므로 바람은 멎어도 물결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과 같지요. 이치는 나타나도 식념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말끔히 없어져야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이목구비는 어른과 같으나 육체적으로 자라고 커져야 하지요. 풋과일도 과일이지만 제대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듯이 한 번 깨치면 영원히 깨쳐서 다시는 미혹하지 않지만 깨친 사람으로서 원만해야 완숙하게 자유자재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수행자가 갖춰야 할 기본덕목을 말씀해 주십시오.

“발심과 신심과 계행청정입니다. 수행자는 첫째 발심을 해야 합니다. 발심이란 ‘나도 꼭 불도를 이루고야 말겠다’, ‘나도 꼭 부처가 되겠다’는 확고부동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참선자는 이 일이 가장 큰 일이며, 인생에 가장 주요한 일은 이 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것만은 반드시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철저한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참선자는 불성과 불법과 화두를 철저히 믿고 온전히 믿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도는 믿음에서 출발하고, 진정한 믿음으로만 불법의 대해를 건널 수 있습니다. 셋째, 계행이 청정해야 합니다. 도는 집이고 계는 기초가 됩니다. 수행의 근본은 계가 되지요. 그리하여 계는 위없는 깨달음의 근본이 되고 천상에 오르는 사다리가 됩니다. 계로 인하여 정에 들어갈 수 있고, 정으로 인해서 혜가 나타납니다. 계행 없이 삼매를 닦는다고 하더라도 번뇌를 벗어날 수 없으니 어찌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비록 선정을 이루고 지혜가 나타나더라도 사마와 외도에 떨어지게 됩니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