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결국 난민이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9.23 13:08
  • 수정 2021.09.28 10:22
  • 호수 1602
  • 댓글 11

아프간 현지인 391명 국내 입국
난민 아닌 특별기여자 비자 내줘
원행 스님 1억원 등 지원 이어져
난민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필요

8월6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정부의 활동을 도왔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 391명이 한국 군용기 편으로 입국해 충북 진천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주 아프간 한국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한국병원,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직원과 가족들로 한국정부는 이들에게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서 3개월 비자를 내줬다. 앞으로 현지적응훈련이 끝나는 대로 장기체류비자를 내줄 계획이다.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한국정부는 목숨을 건 극적인 탈출 작전에 돌입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국제사회의 찬사까지 받았다. 따라서 이들 특별기여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부드럽다. 8월27일 여론기관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프간 기여자에 대한 국내 이송조치에 대해 68.7%가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충북 진천군의 특산물이 불티나게 팔리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기여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난민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걷어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고착화시켰을 뿐이다. 한국에 입국한 아프간 사람들에 대해 난민이 아닌 기여자라고 이름 붙인 것 자체가 그렇다. 비자도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 내줌으로써 난민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에 편승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오늘날까지 난민에 대해 유독 배타적인 것은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기인한 것이라지만 이미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편견은 누그러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민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판을 치는 것은 종교적 이유 때문이다. 난민수용에 있어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은 한국의 보수개신교 사회다. 무슬림들을 수용하면 폭력과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며 국민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이 종국에는 무슬림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사건이었다. 자국에서 일어난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난민신청을 하자, 성범죄와 테러 위험 등 온갖 무슬림 혐오를 담은 추방 움직임이 개신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토록 저주를 담아 쏟아냈던 혐오와 편견들은 근거 없는 낭설로 확인됐다.

사실 무슬림지역으로 가장 많은 선교사들을 파견하는 종교가 바로 개신교다. 이들은 선교라는 이름으로 이들 지역에 자칭 복음을 전파한다며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한국 땅에 정착하려는 힘없는 무슬림에 대해 왜 그토록 증오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슬람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종교라면 불교를 빼놓을 수 없다.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 불교가 몰락한 이유는 무슬림의 침략과 학살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 아픈 흔적들이 인도 전역과 중앙아시아 곳곳에 지금도 처참한 몰골로 산재해 있다. 더구나 아프간의 탈레반은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대불을 2001년 폭파하며 언론에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교는 난민 수용에 대해 비교적 적극적이다. 특히 무슬림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 2010년 당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종단사상 처음으로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를 방문해 이슬람과 종교간 상생과 협력을 약속했다. 또 인종과 성별, 출신나라, 성적취향,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무슬림의 동참을 당부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에서 무슬림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싫으나 고우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부처님은 원한은 원한으로 해결되지 않고 원한을 쉼으로써 해결된다고 말했다. 특별히 보수개신교가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1억원을 전달했다. 또 평택 명법사 회주 화정 스님도 1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이들을 돕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아프간 기여자들의 국내 정착이 난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난민포비아를 극복하고 난민에 대한 열린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에 위해서는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물론 난민을 다루는 관계기관의 확실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1602호 / 2021년 9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