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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아이들 뛰어노는 군법당 보셨나요?

바다 저편 북한이 17km 코앞에 보이는 데다 직선거리로 따져보면 서울보다 중국이 더 가까운, 대한민국 최북단 백령도의 유일한 절 흑룡사는 해병대 군법당이다. 그리고 주민 대다수가 타종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처님의 명맥을 이어 부임한 군법사들은 군불자 위문과 교육뿐 아니라 주민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도록 꾸준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민간불자들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인 군법당 흑룡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놀이터가 있는 법당

우리나라의 최북단 사찰인 백령도의 흑룡사는 점심시간 즈음에서부터 몰려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해질 때까지 시끌벅적하다. 절 안에 설치돼 있는 어린이 놀이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방방이’이라고 부르는 덤블링 기구에는 하교시간이 지나면 어린아이들이 어김없이 몰려든다. 아이들은 그 위에서 뛰고 구르고 앉아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놀면서 가끔 다툼도 있지만 동네 어린이 모임의 장소로 더 이상 좋은 곳이 없다. 덤블링 이외에도 미끄럼틀과 그네, 철봉 등 다양한 기구들이 설치돼있다.

북포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하는 조윤진(11)어린이는 “여기 오면 학교가 끝나도 동생, 친구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해질 무렵 놀이터에 와서 앉았다 가기도 하고 가끔 법당 옆 교육관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부모는 해질녁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줄 모르는 아이를 찾아 법당 옆 놀이터를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놀이터는 5년 전 설치됐다.



#영어-한문-태권도 강좌 ‘인기’

흑룡사는 백령도내의 유일한 절일 뿐 아니라 인근 소청도와 대청도를 합해도 하나밖에 없는 절이다. 백령도 주민의 90%는 타종교인이다. 섬 내의 교회가 20여 곳이라는 것이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 부처님의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이곳에 부임한 군법사들은 주민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도록 꾸준히 노력해왔다.

5년 전에는 지역 주민 자녀들에게 한문과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영국에서 외국인 교수를 초청해 여름방학기간 동안 영어를 지도하도록 했다. 대도시와 달리 영어 등 다양한 학원 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섬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자리였다.

그 전에는 군법당이라는 특성상 지역 주민과의 관계가 별로 없었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타종교인과 지역 주민들도 불교와 군법당 흑룡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

종교가 불교가 아닌 부모들도 아이들을 절에 보냈고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배타적으로만 바라보던 불교를 가깝게 여기게 됐다.



#장기자랑대회

절에서 장기자랑대회를 하는 게 뭐 그리 신기하랴. 스님이 신도들을 위해 조금 신경을 쓰면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난 5월 19일 장기자랑대회는 TV속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 군대에서는 어느 부대나 이런 행사가 흔치 않을뿐더러 흑룡사의 경우는 2년 만에 열린 것이다. 심지어 이곳 신도들은 흑룡사에서 연 장기자랑 행사를 올해 백령도 최고의 축제라고 말할 정도다.

군법당 흑룡사의 장기자랑이 백령도 불자들의 잔치가 될 수 있던 것은 행사에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민간인뿐만 아니라 절이 없는 소청도와 대청도 부대에서도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위해 행정지도선과 어업지도선을 타고 흑룡사를 방문했다. 소청도와 대청도는 민간인들도 하루에 한번 배가 오가기 때문에 교류가 많지 않은 곳이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해군, 공군, 국방부 등 가지각색의 군불자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군장병과 민간인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장기자랑대회는 ‘열화와 같은 환호’속에 치뤄졌다. 참여한 16개 팀 중 민간인, 학생 팀이 5팀이나 돼 민간인과 함께 하는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군장병들은 다양한 주제로 팀을 꾸려 숨은 재능을 과시했다.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여준 ‘헐크와 원효대사’는 헐크와 대결하게 된 원효대사가 위기에 처해 해골물을 마시고 힘을 내는 이야기로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우승을 한 ‘해병대 난타’는 큰 고무통과 플라스틱통을 사용해 시원하고 경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부처님오신날의 장기자랑은 민과 군, 육해공, 세 개 섬이 함께한 화합의 자리였다.



흑룡사 군법사 정혜 스님 “군포교는 투자입니다”



군법당은 어디나 그렇듯이 넉넉한 살림이 아니다. 신도회에서 걷히는 기금으로 절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위문과 교육 활동으로 쵸코파이와 컵라면을 사들고 병사들을 찾아봐야 하는 군법사에게 ‘빈손’은 더욱 힘든 일이기에 경제적인 문제는 늘 봉착하는 과제다.

“장기자랑대회도 다른 군법당들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것은 경제적 문제 때문이죠. 다행히 이곳에서는 육지 사찰의 도움을 많이 받아 장병들을 위한 행사를 치렀습니다만 많은 군법사들이 개인적인 노력에도 지원이 없어 힘들어 합니다.”

그럼에도 정혜 스님은 과감하게 일을 추진한다. 군법당에 민간불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불교의 싹을 키우는 일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종교인들도 많이 오지요. 그들이 모두 불자가 되지는 않아도 이렇게 한번 두 번 온 사람들은 불교에 대한 편협한 시각도 벗고 그중의 몇 명은 나중에라도 불자가 될 겁니다.”

이어 스님은 군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군포교는 투자입니다. 장병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도록 먹을 것을 풍족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군법사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지원이 부족합니다. 부처님이 마음을 일으켜 종단과 불자들이 지원을 해야합니다.’


공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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