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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구니 계맥 연구할 것”

기자명 남배현

‘여성의 몸으로 붓다…’주인공 뗀진 빨모 인터뷰

지난해 6월 여성 불자들은 물론 여느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은 책 한 권이 발간됐다. 한 서양의 여성이 티베트의 스님이 되어 히말라야 설산의 동굴에서 12년 간 정진한 구도 역정을 그린『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는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책이 세간과 출세간의 구분 없이 많은 관심을 끈 이유는 한국은 물론 남성과 여성이 뒤섞여 살아가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여성’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도를 벗어난 男과의 불평등’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뗀진 팔모는 올 6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한국의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열리는 제8차 세계여성불자대회에 동참한다.『법보신문』은 현지 한국인 스님들의 도움으로 뗀진 팔모는 과연 한국에서 거행되는 세계여성불자대회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고 또 바람직한 불교 여성 운동은 무엇이라고 보고 있는가 등에 대한 고견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사진설명>비구니 계맥의 복원을 강조하는 뗀진 빨모는 승단의 남녀 불평등 문제는 비구니만의 문제가 아니라 승가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뗀진 팔모가 ‘여성의 몸으로 정각을 즉, 붓다가 되리라’고 원을 세운 건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카스트’란 신분 제도에 정면으로 부딪혔던 부처님이 그러했듯이 티베트와 각 나라의 불교 교단에 산재해 있는 ‘남녀 수행자의 불평등한 요소’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인도 북부의 타시종 인근에 비구니 교육 도량인 ‘동규 가찰링’(Dongyu gatsal ling:아름다운 깨달음의 전승 동산)을 개설하기 위해 기도하고 또 세계 여성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활동 역시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란 원을 성취하기 위한 정진이며 ‘여성 출가’의 의미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질문 : 티베트 불교는 현재 세계의 불교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꾸어 말하면 티베트 불교를 전하는 스님들도 빼어나고 그 수행 체계 역시 ‘그렇다’는 말이겠지요. 그럼에도 여성 수행자에 대한 불평등한 요소가 많은가요?

빨모 : 우리의 불성에는 남녀 차이가 없어요. 물론 성불할 가능성도 차이가 없죠. 부처님께서 선뜻 비구니 승단을 허락하지 않으신 건 그 당시 제도와 관습 때문이었어요. 티베트 불교에는 애초부터 비구니 승단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인도에서 이미 비구니 승단이 끊긴 상태에서 불교가 티베트로 전래되었습니다. 제가 티베트로 올 때 많은 티베트 스님들이 남녀의 불평등한 부분에 대해 걱정했고 실제 그런 현상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승단 내부에 들어가는 통로가 아예 없었지요. 저의 스승인 캄툴 린포체께선 여승들의 불성에 대한 잠재성을 의심하지 않으셨고 늘 비쿠니(비구니)를 위한 강원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80명 비구니 강원 3년 내 완공


질문 : 대승 불교권은 그래도 남녀 불평등의 요소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데 반해 남방의 상좌부권 여성 수행자의 경우 그 고통의 골이 더욱 깊습니다. 그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빨모 : 티베트도 그렇지만 비구니 승단을, 계맥을 잇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국의 경우 여성 수행자들의 경우 다른 불교 국가에 비해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태국에선 여성 수행자가 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한 여성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수행의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4세기경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비구니 계맥이 없었으나 이후 스리랑카로부터 그 계맥을 전승해 왔습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24일 스리랑카에서 대만의 비구니 계맥을 보다 확실하게 잇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었습니다.

질문 : 뗀진 빨모 스님께선 달라이라마와도 비구니 계맥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하께선 비구니 계맥을 복원하고 전승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빨모 : 성하께선 여러 비구들이 함께 모여 ‘어떻게 비구니 승가를 형성할 것인지’를 토론하시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그 실현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나라의 비구 승가가 모이는 것도 너무 힘들고 더군다나 의견을 조정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군요. 아마도 미륵부처님 시대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는 농담 후 한참을 웃었다)

질문 :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여성불자대회에 동참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회의 의의를 점검해 주시고 한국 내에서의 일정을 소개해 주시지요.

빨모 : 사실 저는 한국의 세계여성불자대회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타시종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을 보면서 완벽한 계율을 전수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지요. 철저히 계행을 따르는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은 그 어떠한 반대나 저항에 부딪힐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한국의 비구니 계맥에 대해 집중 연구할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비구니 승가를 방문하고 그들의 계율을 살필 예정입니다. 저는 비구니 계맥의 복원이나 여 수행자의 불평등을 점차 소멸해 가는 일이 각 나라의 승단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다만 차근차근 그 일이 진행되길 바랍니다.

질문 : 모든 나라의 비구니 승단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홀로 서는 데 어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달라이라마와 불평등 문제 논의


빨모 : 그들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하고 서로 간에도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비구 승단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지요. 70세의 여승이 아직껏 ‘사미니’ 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며 이런 고통은 서로 믿고 서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때 없앨 수 있습니다.

질문 :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란 책 때문인지 스님을 여성 운동가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스님은 여성 운동가인가요?

빨모 : 저는 절대로 과격한 여성 운동가가 아닙니다. 사회적인 편견에 의해, 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여성 수행자들의 수행이 제한되고 있는 현실이 저에게 이런 동기를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수행자일 뿐입니다. 비구 스님들이 비구니 강원 설립에 힘을 쏟고 구족계를 수지하게 도움을 주는 것은 남녀 수행자 모두를 돕는 것이며 이러한 선행은 세계 전체에 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질문 : 스님은 다음 생에 남녀 어느 쪽으로 태어나시기를 바라시나요.


“여성 운동가 아닌 수행자일 뿐”

빨모 :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다만 중생을 이롭게 하는 쪽으로 태어났으면 합니다.(웃음)

질문 : 12년간 동굴 수행을 하셨는데요, 다시 들어가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진설명>인도 북부 타시종 인근에 있는 뗀진 빨모의 비구니 수행도량.

빨모 : 저는 늦어도 3년 내에 현재 타시종에 건립하고 있는 ‘동규 가찰링’(Dongyu gatsal ling) 불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 곳에는 도량을 비롯한 법당, 요사채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티베트를 비롯한 스리랑카, 대만, 미얀마 등의 여승 80명을 수용해 비구니 인재 양성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뗀진 빨모는 인터뷰 내내 활달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비구니 계단 복원’과 ‘여 승원 건립 불사’에 대한 한국 불교 언론의 관심에 “감사하다”는 뜻을 비친 그는 비구니 계맥의 전승은 분명 비구니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구와 비구니, 그러니까 각 나라 승단 전체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리=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 뗀진 빨모는 누구

서양 여성으로선 두 번째 티베트 스님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의 주인공 ‘뗀진 빨모’는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12년 간의 은거 수행에 들어갔고 그런 그의 수행은 ‘여성 출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1943년 런던에서 한 생선 장수의 딸로 태어난 뗀진 빨모는 1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이미 동양의 사상과 정신적인 수행, 인간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명상 등을 동경하며 자랐다.

20대가 되자 그녀는 자연스레 인도행 배에 몸을 실었고 자신의 영적 스승인 8대 캄툴 린포체를 만나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그의 제자가 된다. 서양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티베트의 스님이 된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원에서 대중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자신의 세납 33세 되던 해에 히말라야 설산의 동굴로 들어간다. 이후 설산 수행은 그의 세납 45세까지 계속된다.

뗀진 빨모는 현재 티베트 4대 종파 중 하나인 닝마파와 카규파의 수행처가 있는 인도 북부 타시종 인근에 여성 승원인 ‘동규 가찰링’을 개설해 여 수행자 21명을 지도하고 있다.

티베트의 비구니 계단을 복원하는 데에도 진력하고 있는 그의 이러한 활동은 ‘비구니를 위해 절을 세우라’는 스승 캄툴 린포체의 유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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