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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2004 한국불교의 과제-“과학적 성과 방편으로 활용해야”

기자명 법보신문

동국대 김 용 정 명예교수

생명시스템 연기설-유식설과 비슷

과학적 사고 깨달음 수단으로 이용


현대는 첨단과학의 시대이다. 컴퓨터의 발전과 정보통신혁명의 발달은 전 사회구조와 전 과학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생명과학은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모든 생명의 유전정보를 밝혀낼 수 있게 되었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연구가 시작되었다.

또 동물복제 심지어 인간복제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성과들이 모두 서양의 합리적 이성의 아들들이라는 점을 깊이 통찰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불교의 화엄사상 내지 유식사상과 연기사상이 현대 양자역학이나 생명과학의 시스템적 유기체론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 자신이 먼저 주장할 만큼 불교교리의 우월성을 예시하고 있다.

현대물질문명이 정신문화를 저락 시키는 일면이 있으나 현대과학은 오히려 불교적인 세계관 인생관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는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 불교는 근본적인 무아사상으로 들어가기 전에 서양의 순수자아로서의 이성적 자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숙고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성은 자연과학의 법칙을 구성하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도덕법칙을 입법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그러나 우리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이성은 주객을 나눈다는 면에서 분명히 분별지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 불교는 철저하게 무분별지의 무아를 강조한다.

이것은 단지 인식의 단계가 아니라 깨달음의 단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무분별지에 들어가려면 바른 분별지 즉 정사유에 의해서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지금 생명공학계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집중되고 있다. 그것은 줄기세포가 모든 생명복제의 기본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착상 이전의 수정란의 세포상태를 의미하는 데 그 배아에서 얻어지는 줄기세포는 생체의 모든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고 또한 하나의 인간으로 복제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세포는 자기 속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활용의 문제는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배아를 불가역적으로 손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있다. 이론적으로는 배아로부터(4세포 단계에 있는 전능세포) 단 한 개의 세포만 분리하여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세포가 인간의 복제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이 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배아의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여기에 배아줄기세포 활용의 윤리적 법적인 문제점이 놓여 있다. 즉 불살생계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아는 정상적으로는 탄생의 과정을 거쳐 인간 존재로 될 운명을 가진 존재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 질문은 “연구 목적을 위해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그리고 일반적인 질문이 따라 온다.

“과학 연구를 위해 배아를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면 왜 그것이 허용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규제되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종교적으로는 동서를 불문하고 수정순간부터 인간존재의 시작으로 보아왔다.
불교의 불살생의 계율에서 본다면 배아는 이미 정태적 존재가 아니고 엄연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태이기 때문에 살고자 하는 일체의 중생 속에 포함해서 생각해야 하며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에는 무심한 살상이나 의사가 병을 치료하다가 잘못되어 짓는 살상 등은 살생의 죄를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생명과학자들이 인간의 병의 치료를 위해서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지금 독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모두 잉여 배아줄기 세포연구가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 ‘세포응용연구사업단’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데 역시 폐기될 냉동보관중인 5년 이상 된 배아를 부모의 동의를 얻어 연구 중에 있다.

생명복제의 문제는 그것이 존엄한 인간생명은 물론 동물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살생이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이에 대해 불교가 그 가부에 대한 교시를 내리기 위해서는 광범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 생명과학이 밝혀낸 생물시스템은 하나의 세포나 단일 유전자로부터 모든 다양한 생물 내지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와 정보의 역동적 순환체계이며 상호의존적이고 협동적인 구조로서 동일한 조직 패턴의 서로 다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생명과정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정보에 의해 프로그램이 되는 동시에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불교의 연기설과 유식설을 혼합해 놓은 것 같은 일면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과학의 정보론 내지 생명시스템이론의 유기적 전체론의 사유방법과 불교교리의 사고방법의 유사성은 불교가 오늘의 과학시대에 대사회적인 면에서 가장 잘 융화를 이룰 수 있는 수준 높은 종교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이 양극단을 버리고 중도를 취해야 한다는데 있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생명과학과 정보이론이 그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성에 의한 과학적 사고가 곧 깨달음은 아니지만 그것은 무분별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원용 될 수 있으며 그 자각을 통해서 오히려 이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불교의 직접적인 직관지로 넘어갈 수 있는 통합과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과학과 불교교리에 대한 상호 이해는 21세기 불교발전은 물론 인류평화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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