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불(寫佛) 수행 이야기
사불(寫佛) 수행 이야기
  • 법인 스님
  • 승인 2004.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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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부처님 상호 새기는 과정

사경과 함께 깨달음의 방편 활용


고운 꽃은 폭풍이 없어야 그 아름다운 자태를 지속할 수 있으며, 밝은 달빛은 검은 구름이 없을 때 더욱 밝다. 이렇듯 우리네 마음도 번뇌가 없어야 더욱 고요하고 평안한 것도 당연한 이치다.

만약 번뇌 망상이 없다면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시기와 질투 등이 사라져 사람과 사람사이도 나라와 나라사이에도 어떠한 시비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돌이켜보면 폭풍이 있어 한 떨기 꽃잎도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 것이요, 심술궂게 떠도는 구름이 있기에 달빛은 더욱 소중한 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네 마음 가운데 번뇌가 있어 성인을 그리워하고 철학과 종교, 미술, 예술 등 밝은 빛을 건네주는 문화가 생기게 됐을 것이다.

부처님은 우리네 마음이 본래 청정하기가 허공과 같다고 말씀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누가 일체지(一切智)를 구하고 정각을 이루며 일체지를 일으키는 것입니까?”
“자기의 마음을 구하는 자다. 현재 그대로가 곧 보리이며 일체지다. 왜냐하면 마음의 본성이 청정한 까닭이다. 마음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으며, 그 중간에도 있지 않다. 모든 색을 여의고 형체를 여읜다. 육관(六官)에 의지하지 않고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모든 분별을 여의어 허공과 같은 까닭이다. 성(性)이 허공과 같으므로 마음과 같으며 성은 마음과 같은 것이므로 보리와 같으니라. 그런 고로 마음과 허공과 보리(菩提)의 이 세 가지는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마음자리의 근본은 심성본정을 말하며 깨달음의 중심임을 일깨우셨다. 우리 마음자리의 중심에 깨달은 분인 부처님의 상호를 각인하여 그를 통하여 모든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바로 부처의 경계와 같은 고요하고 평정한 마음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수행하는 것은 사불(寫佛)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상호를 그리는 것은 부처님의 경전을 쓰며 수행하는 사경과 함께 아주 오래 전부터 깨달음의 방편으로 활용돼 왔다. 첫 단계에서는 매우 초급의 간단한 형상으로 시작해 점점 수행의 정진이 깊어지면 많은 불보살님들의 형상이 집결된 화엄변상도나 법화경 변상도로 수행의 단계도 깊어진다. 그려내는 과정에서는 관법이 매우 중요한데 그 과정을 사불선(寫佛禪)이라고 한다. 사불수행의 가장 중요한 사불선은 부처님의 형상을 통하여 내면의 불성을 발견하며 끝없이 직관을 확장시키는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부처님의 32상 80종호를 그리며 수행하는 사불수행은 번뇌의 씨앗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부처님의 상호를 관법(觀法)으로 참선하며 그려내는 실행을 반복하면 된다. 사찰에서는 매월 관음재일이나 지장재일 등 특정 불보살님들의 재일을 맞아 예경하고 있다. 예컨대 관음재일을 맞이할 경우 관음 정근과 함께 관음 보살의 신비한 형상을 호흡에 따라 그리며 간단한 관법으로 관음보살님을 각자의 내면 깊숙이 각인한다면 그에 대한 효과는 참으로 수승하다 할 수 있다. 물론 처음 하는 수행법으로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쉬운 것부터 천천히 정진해간다면 매우 새롭고 깊은 환희심으로 다가오는 수행법이다. 마음에 일어나는 폭풍이 부처님의 상호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사라지고 본래의 마음인 청정심(淸淨心)을 찾을 수 있는 사불수행으로 2004년 새해에는 각자의 깊은 불성을 확인하고 실천하는 한해가되길 기원한다.


법인 스님/보광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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