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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원에 방부 들이는 학인에게

기자명 철우 스님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머리를 깎으면 계를 받고, 계 받은 뒤에 받은 계를 배우고 익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는 계 받는 일이 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학과와 기능에 합격하면 1종 또는 2종 면허증을 주듯 하니, 부처님 말씀과는 반대로이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비구가 비구의 계율을 모른다. 비구가 모르니, 비구니는 당연히 모른다.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포살인데, 포살도 하지 않으니 더더구나 알 길이 없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통해서 율원에 방부를 들이려는 학인들께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율원의 계율공부를 하나에 과정으로 여기지 말고,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와달라는 것이다. 설령 지금까지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했더라도 율원에 입방하면 먼저와 같이 살지 않겠다는 재출가(再出家)를 하라는 것이다.

율원에 와서는 무엇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겠다. 입방 한 뒤에 공부하면서 차츰 발심을 하는 것도 좋기는 하나, 기왕이면 입방할 때에 마음을 다잡아 오면 본인에게 더 큰 공덕이 되기 때문이다.

율원의 시집살이가 이렇다. 내가 해인율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겨울을 지내려고 문종이로 문살과 문풍지를 바르는 울력을 했다. 울력을 마치고 나니, 몹시 힘들어 점심공양 후에 지대방에서 잠시 오수를 즐겼다.

방장스님이 그 기척을 아시고 ‘중이 한가하게 낮잠을 자서야 되겠느냐?’고 우리가 들으란 듯이 율주이신 일타스님께 호통을 치셨다. 낮잠을 자던 우리는 쥐구멍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저녁예불을 하고 백팔참회를 마쳤는데, 옆방에 기거하시는 당시의 종정이신 고암스님께서 우리를 불러 사과 껍질 말린 차를 주시며 조용조용 하시던 말씀은 낮에 방장스님의 호통보다 더 무서웠다. 이렇게 해도 변명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율원의 시집살이다.

지금은 그런 시집살이도 없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소임자들의 생각이다. 그래도 공부를 마치면 서운했었다는 말만 들려 온다.

사람이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아주 적으며, 사는 시간은 살지 않는 시간에 비교가 안될 만큼 아주 짧다. 이 지극히 작은 존재가 지극히 큰 범위의 것을 다 알려고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져 도를 깨닫지 못한다.

좬법구경좭에서는 ‘천장을 왼들 뜻을 모르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 경을 많이 왼다 해도 뜻을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한 뜻이라도 듣고 행하여 제도됨만 같지 못하다. 한 글귀를 알더라도 행하면 도를 얻는다.’ 했다. 그 많은 계율을 외우고 안다 해도 어른들의 작은 잔소리 한 가지를 듣고 순종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른을 뵈면 고개를 숙여 절할 줄 알고 꾸지람을 하시면 공손히 들을 줄 알고 어른의 뜻보다 나의뜻이 옳다 해도 먼저 주장하지 않는 겸손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옅은 먹물이 잘들은 깨끗하게 다듬질한 중 옷과 같은 마음이다. 그렇지 않은 마음은 땟국 물이 주르르 흐르는 속인의 마음과 같다.


철우 스님/파계사 영산율원장

vinayabul@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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