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후세계 구원자’ 지장보살은 호탄에서 태동

  • 불서
  • 입력 2021.10.25 13:20
  • 호수 1606
  • 댓글 0

현세 가피·기복 성격 뚜렷하던
호탄 초기 지장신앙 확산되며
명부·사후 이미지 결합 과정
문헌·시대사 통해 촘촘히 증명

지장 신앙의 성립과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자현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536쪽 / 3만원

다양한 도상의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왼쪽부터 일본 엔가쿠 소장 지장삼존도, 삼성미술관리움 소장 지장천신도, 독일 동아시아예술뮤지엄 소장 지장시왕도, 일본 치온인 소장 지장시왕권속도. 사진제공 불광출판사. 
다양한 도상의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왼쪽부터 일본 엔가쿠 소장 지장삼존도, 삼성미술관리움 소장 지장천신도, 독일 동아시아예술뮤지엄 소장 지장시왕도, 일본 치온인 소장 지장시왕권속도. 사진제공 불광출판사. 

오늘날 지장보살은 관세음보살과 더불어 한국불교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신앙되고 있는 불보살이다. 하지만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대원은 지장신앙이 사후의 가피를 구하는 신앙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과연 지장보살의 가피는 사후 세계에 한정된 것일까. 또 이러한 신앙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기인할까. 불자들에게 가장 익숙하지만 의외로 깊이 연구되지 못했던 지장보살, 지장신앙의 뿌리를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지장신앙의 출발점을 튼튼히 한다는 점에서 불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전한다.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 자현 스님은 올해 하반기 동국대에서 ‘고려불화의 지장보살 도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현 스님의 논문은 ‘지장보살도’의 도상을 신앙과 사상에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는 점에서 묵직한 의미를 담고있다. 책은 자현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풍부한 도판과 상세한 설명을 더해 ‘지장보살의 거의 모든 것’을 좇고 있다.

특히 지장보살이 ‘사후 세계의 구원자’로서 ‘지장’과 ‘명부’가 결합되는 과정에 대한 추적이 눈길을 끈다. 

초기 지장신앙이 실크로드 문명 교차로의 주요 거점이었던 호탄에서 정립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관점이다. 호탄의 거라제위산이 지장보살의 정토로 비정되고 있으며 7세기 현장 스님 또한 거라제위산을 순례한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초기 지장신앙에는 현세의 기복과 이에 대한 가피의 형태가 뚜렷하다. 사후세계에서의 구원이라는, 현세와 내세를 모두 아우르는 지장보살의 모습이 어느 시기, 어느 지역에서 기인해 완성됐는지에 대한 추론은 여전히 학계의 여백으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지장 신앙의 성립과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지장 신앙의 성립과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자현 스님은 이 책에서 호탄의 지장신앙이 확대되는 과정을 면밀히 파헤치며 ‘명부’라는 사후세계와의 연결점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호탄에서 성립한 지장신앙을 확인할 수 있는 ‘십륜경’에서 뚜렷히 드러나던 현세수호의 형태는 ‘대승대집지장십륜경’에서 ‘무불시대의 주관자’라는 역할이 더해진다. 이후 ‘지장경’에 이르러 지장보살의 상징은 현세에서 사후로 급격히 이동한다는 것. 이러한 변화에는 앞서 6세기 중후반을 거치며 불교계를 강타했던 북주 무제의 폐불과 이로인해 확산된 말법 또는 무불시대의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지장보살에게는 사후세계, 명부의 주관자라는 기대가 더해졌다는 추론이다.

자현 스님은 호탄의 지장신앙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명부와의 연결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것이 당나라 초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여러 문헌의 대조를 통해 지장과 명부의 결합이 687년에서 778년 사이 약 90년에 걸쳐 중국에서 완성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책은 이후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까지 전래된 지장신앙이 고려에서 정착되고 꽃피우는 과정을 지장보살도를 통해 추적해 간다. 필연적으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려 지장보살도를 찾아 비교해야 하고 그 노고의 결실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 이 책이 추후 학계의 지장보살과 지장신앙 연구의 기반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유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