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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억 항하의 모래알 만큼

기자명 이미령

보살마하살님을 공양하라

“무진의야, 만일 어떤 사람이 62억 항하의 모래 같은 보살의 이름을 받들어 목숨이 다하도록 음식과 의복, 침구와 의약 등으로 공양한다면 너의 생각에는 어떻겠느냐? 이 선남자 선여인의 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무진의가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항하는 갠지스강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동쪽에 자리한 경포 해수욕장을 상상해보면 이 부분이 좀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경포에는 모래가 과연 몇 알이나 있을까요? 질문 자체가 우스꽝스럽습니다. 여하튼 그런 백사장이 62억 곳이나 있으며 62억 곳의 모래알이라면 그 수는 또 얼마나 될까요? 상상을 초월한 어마어마한 숫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아주 많은’이라고 표현하는 게 차라리 편합니다.

이렇게 많은 숫자는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보살마하살님의 숫자입니다. 어떤 사람이 일생동안 한 순간 한 순간 마다 각각 다른 보살마하살들을 예배하고 공양 올린다 하더라도 그 숫자를 다 채우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온 우주에 가득 찬 위대한 보살들을 지극정성으로 받드는 것을 「보문품」에서는 “62억 항하의 모래 같은 보살의 이름을 받들어 목숨이 다하도록 음식 등으로 공양한다면”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좀더 쉽게 설명한다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부처님과 보살님에게 깨끗하고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다 바친다면”이라는 말입니다. 불보살님에게 이런 예경을 올린 사람이라면 단연 급고독장자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불설중본기경』에는 급고독장자가 부처님을 처음 만나 기원정사를 짓게 되는 내력이 담겨 있습니다. 사위성의 급고독장자가 왕사성의 친구 집에 갔다가 석가모니 부처님과 승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장자는 친구가 부처님을 찬탄하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기쁨에 젖어들었고 급기야 그런 분이라면 꼭 한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음 날 해가 뜨기도 전에 성문을 나가 한적한 곳에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법을 들은 장자는 귀의하여 재가신자가 됩니다. 장자가 깨끗한 믿음과 한없는 기쁨으로 마음이 벅차오르며 부처님께 무릎을 꿇자 부처님은 묻습니다.

“그대의 나라에는 우리 승가가 머물만한 절이 있는가.”

부처님께서 이렇게 직접 ‘청탁’을 넣는 경우는 그 방대한 『팔만대장경』에서 참으로 만나기 힘든 일입니다. 스스로 티끌만큼의 욕심이 없고 또한 상대의 마음상태를 환히 꿰뚫는 분이시기에 이렇게 당당하게 청할 수 있었겠구나 짐작해봅니다.

부처님의 소망이 무엇인지 안 장자는 자신의 나라에 수행과 포교에 적합한 절을 짓겠다고 약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고 안내해줄 사리불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절터를 물색하러 다니지요. 부처님 당시 절의 입지조건이라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으면서도 과일나무가 자라고 샘이 흐르며 작은 짐승들이 평화롭게 지나다니고 땅은 평평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온 나라를 샅샅이 뒤지던 끝에 마침내 이런 조건에 꼭 맞는 땅을 발견하였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땅은 기타 왕자 소유였습니다. 왕자 자신도 그곳이 매우 맘에 들었으므로 조금도 팔 생각이 없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그 땅을 파십사 애원하였지만 기타 왕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왕자가 제안을 하였습니다.

“만약 이 동산을 금화로 다 깔기만 한다면 그때 내가 땅을 팔겠소.”
장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부자라 해도 금화가 그만큼 있을 리 없소. 어쨌든 장난으로라도 약속했으니 의심하지 말고 해보시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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