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대통령 또 교황청 방문…“정교분리·편향 안중 없어”

  • 교계
  • 입력 2021.10.27 14:26
  • 수정 2021.10.29 14:22
  • 호수 1607
  • 댓글 23

10월29일 취임 이후 두 번째 가톨릭 교황 만남
“한반도 평화 위해 교황의 방북 공식요청하겠다”
남북 민간교류는 봉쇄하고 교황 동원 해법 모색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 방문…국민 피로감 커져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이 2018년 10월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바티칸 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이 2018년 10월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바티칸 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11월5일 유럽순방에서 또 교황청을 방문해 가톨릭 교황을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 가톨릭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방북 등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져 “대한민국이 교황청의 속국(屬國)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각 나라의 성당을 찾아 미사를 보거나 주교 등과 만나는 장면을 자주 노출 시켜 ‘국민의 대통령인지, 가톨릭 특사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은 전력도 있어 이번 방문에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와 영국 글래스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잇따라 방문한다. 10월29일에는 이번 순방의 첫 공식일정으로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과 가톨릭 교황의 만남은 2018년 10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임기간 두 번이나 교황청을 찾아 가톨릭 교황을 만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첫 교황청 방문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가톨릭 교황의 만남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했다”고 밝혀 큰 파장이 일었다. ‘알현’은 과거 왕정시대 신하나 사신이 왕이나 황제를 만났을 때 사용하던 외교적 수사로, 대한민국을 대표한 대통령이 가톨릭 교황을 만나면서 ‘알현했다’고 표현한 것은 “외교굴욕” “신사대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숙 영부인과 함께 바티칸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장면을 주요방송사가 생중계하면서 ‘종교편향’ 논란에도 휩싸였다. 다종교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 종교활동까지 방송에 노출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선교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김정숙 여사가 2017년 11월14일 필리핀 마닐라 생 어거스틴 성당을 찾아 기도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김정숙 여사가 2017년 11월14일 필리핀 마닐라 생 어거스틴 성당을 찾아 기도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그랬던 문 대통령이 다시 교황청을 방문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 교황의 방북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는 이례적으로 통일부 장관까지 대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가톨릭 교황 방북에 대한 문 대통령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속내가 깔려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남과 북이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임에도 가톨릭 교황이라는 외세를 이용하려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스스로 낮추는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이다. 물론 가톨릭 교황이라는 상징성이 있더라도 북한은 가톨릭 교세가 강하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남북경색의 물꼬를 터온 불교계를 비롯한 민간단체의 교류는 봉쇄해 놓고 가톨릭 교황을 불러 한반도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은 마치 조선시대 명·청에 조공을 바쳤던 사대외교와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이 같은 외교는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를 막아달라며 외국 군대를 동원하려 했던 황사영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사영은 19세기 초 조선이 천주교도를 박해하자 중국에 있던 서양 신부에게 “외국 함대와 군인을 보내 조선왕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던 인물이다. 문 대통령과 황사영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더라도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외국 군대를 동원하려 했던 황사영이나 교황을 불러 남북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문 대통령은 ‘외세’를 동원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5월 미국 순방 중 윌튼 그레고리 가톨릭 워싱턴 교구 대주교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5월 미국 순방 중 윌튼 그레고리 가톨릭 워싱턴 교구 대주교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마다 으레껏 성당을 찾는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과 영부인은 취임 이후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을 찾는 일이 잦았다.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동행한 영부인은 필리핀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행사에 참석한 사이 마닐라 ‘산 아구스틴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2018년 6월 문 대통령 내외는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모스크바 구세주 성당을 방문했다. 또 그해 10월에는 로마 교황청을 찾아 바티칸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진행했으며, 11월에도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중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에서 비투스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장면을 언론에 노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이 2018년 6월23일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 대성당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이 2018년 6월23일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 대성당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2019~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순방이 크게 줄어 이렇다 할 일정이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찾은 워싱턴 한 호텔에서 그레고리 대주교와 만나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사회에서 가톨릭 신자 비율이 12~13%”라며 “지식인층이 특히 가톨릭 신앙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톨릭 신자 비율을 “12~13%”라고 말한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식인층이 많다”는 발언은 한국사회에서 가톨릭이 지적이고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종교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올해 6월 영국을 비롯한 오스트리아·스페인 등 순방에서도 오스트리아 하일리켄크로이츠 수도원, 스페인 성가족성당 등을 잇따라 방문해 한국 가톨릭 역사를 소개하며 가톨릭을 추켜세웠다.

이렇듯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이나 가톨릭 신부 등을 만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종교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종교를 포용해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종교를 지나치게 부각하면서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6월17일 스페인 바로셀로나 성가족성당에서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과 환담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6월17일 스페인 바로셀로나 성가족성당에서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과 환담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대통령의 행보는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이고,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을 찾는 것은 국민에게 ‘가톨릭은 대통령의 종교’라는 인식을 심기에 충분하다”며 “최근 광주시가 불교유적지까지 묶어 가톨릭 성지순례길을 조성하려는 것처럼 지자체가 앞장서 가톨릭 우선주의를 만들게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종교가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가톨릭뿐 아니라 불교, 개신교인 등은 물론 무종교인까지 아우르는 모든 국민의 대표가 돼야 한다”며 “그렇기에 헌법에서도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정교분리라는 헌법정신을 외면하고 신정정치를 구분하지 못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