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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한국 불자 특별 인터뷰

기자명 남배현

“죽음은 헌옷 벗고 새옷 입는 것”

한국에 티베트 오피스 개설? “베이징서 경계 눈빛 보낼텐데”

인간의 참된 행복은? “물질로는 절대 불가능하죠”


한국의 스님들이 추위를 몰고 와 제법 추웠는데도 3일간의 법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너무 너무 마음이 기뻤던 것은 한국의 불자들이 제 이야기를 ‘너무나도 주의깊게’, ‘집중해서’ 경청했다는 점입니다. 통역을 맡은 세 명, 너무너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한 절반밖에 통역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일제히 웃음)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사흘 간 한국인 불자를 위한 첫 대중 법문을 설한 달라이라마 성하는 설법에 앞서 늘 재치 있는 ‘유머’로 법석 전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주도하곤 했다. 달라이라마는 법회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남걀사원 왕궁에서 한국인 불자들과 90분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법회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여수 석천사(주지 진옥 스님)와 불자들에게 전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러 수행법 병행해야 효과적

질문 : 현재 여러 나라의 불자들은 다양한 수행법으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만 의지하고 있는 현 시대의 불자들이 탐진치를 잘 다스릴 수 있는 가장 보편 타당한 수행법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달라이라마(이하 성하) : 중생의 근기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여러 수행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수행법으로만 정진하기보다는 진언과 선, 명상, 주력 등 수행법을 함께 실행해야 합니다.

질문 : 인도를 비롯한 네팔, 중국 등 불교가 태동했거나 크게 일어났던 나라에서 불교가 그 힘을 잃었거나 성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하 : 인도에서 불교가 일어난 지 2500여년이 됐으나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나란다 대학엔 수 천 명의 불교 학자가 있었고 보드가야에도 큰 불탑이 있었으나 지금은 새로 세운 탑만이 솟아 있습니다. 중국 또한 지난 50년 사이 불교가 많이 파괴됐습니다. 인도든 그 어디든 불교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교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역시 ‘불교’를 잘 지키고 이어가려고 노력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성행할 것입니다.

질문 : ‘불교를 잘 이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신다면….

성하 : 불교는 수행과 구전 등 두 가지 방법에 의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전이라고 함은 경전을 많이 보는 것이고 수행은 깨달음을 체득하기 위해 정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행’이건 ‘경전’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할 지라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들 중 이번 법회의 내용이 어려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질문 : 대개 ‘종교’와 ‘과학’ 사이에는 벽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불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세요.

성하 : 한 과학자가 저에게 “과학자와 종교의 수행자가 무슨 할 얘기 있느냐”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래서 우리 불교는 ‘창조주’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때서야 그 과학자는 “창조주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하면서 관심을 보이더군요. 과학자들은 ‘창조주’ 등은 자신들이 관여할 입장이 아니니깐 그런 것은 한 쪽으로 치워 둡니다.

질문 : 그렇다면 ‘불교와 과학’이 공통된 주제로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아는 것 반복하는 게 ‘수행’

성하 : 물론입니다. 우리 대승불교는 무엇이든 분석하고 관찰해서 왜 그것이 잘못된 것인가 말해야 합니다. ‘중관파’와 ‘유식파’ 사상이 있는데 중관파는 유식을 자세히 살펴서 ‘거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옳고 그른 점은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합니다. 과학자들은 무언가를 분명히 살펴서 그것이 옳고 그른가를 말하는 학문이기에, 우리 불교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와 과학은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으며 과학과 함께 동반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밖에 없습니다.

질문 : ‘인간의 행복’은 어떻게 완성됩니까?

성하 :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들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몸이 편안한 것’을 행복으로 보는 이도 있고 ‘마음이 편안할 때’를 행복으로 여기는 이도 있습니다. ‘몸의 행복’은 외적인 욕구와 환경을 충족해 구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은 한국 전쟁 이후 경제 발전을 이루었으나 북한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시골로 들어가면 특히 ‘몸의 행복’을 바라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주민들은 먹지 못해, 몸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수행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것입니다. 한국의 여러 불자들은 물질적인 환경은 이미 구족돼 있으나 마음은 편안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행복’은 물질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마음’으로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답하면 잘 한 것이지요.(일제히 웃음) 기독교 신자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면 마음의 행복을 얻을 것이고 불교 신자는 부처님의 수행법에 따라 정진하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 :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의 정의에 신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건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인데 ‘영적 건강’은 저의 전공 영역이 아닙니다. 영적 건강을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강북삼성병원 이시형 박사)



과학과 동반 가능한 건‘불교’

성하 : 저 역시 별로 경험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점점 더 높인다면 사회 전체의 영적 건강은 회복될 것입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은 아주 진지하게 수행한다면 영적 건강의 회복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질문 : 호스피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말기 암 환자들이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말씀해 주십시오.(대원사 현장 스님)

성하 : 호스피스 교육을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아픈 스님을 보면 직접 몸을 씻어 주고 치료를 해 주셨습니다. 환자를 잘 보살펴 주는 것은 수행자의 가장 중요한 수행 중 하나입니다.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종교가 있는 사람은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 강구해야 합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전생과 내생을 생각하면 죽음의 고통에서 어렵지 않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죽음은 헌 옷을 벗고 새 옷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질문 : 한국에 티베트 오피스를 개설하면 어떨까요.(현장 스님)

성하 : 음, 한국의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북경에서 굉장한 경계의 눈빛을 보낼 것입니다.(웃음) 저는 한국 불교와 종교적인, 문화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행 잘 하시는 분이나 교학에 충실한 분을 한국에 보내 교류하는 게 오피스를 개설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또 무엇보다 두 나라 불교의 경전을 서로 번역하는 불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질문 : 성하를 법사로 초청한 한국인을 위한 첫 대중 법문에 대해 평가해 주시고 다음 법회 땐 어떤 점을 더 보강해야 할지….



통역미흡…다음엔 5일간 법회

성하 : 물론 통역이 제일 중요합니다.(일제히 웃음) 경전 내용도 중요하지만 경전과 관련된 내용을 통역자가 불자들에게 더 잘 전달해야 합니다. 아마도 통역자들은 방학도 주지말고 다음 법회 때까지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요. 한국 불자를 위한 다음 법회는 한 5일간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람살라=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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