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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돈

기자명 강명희
‘돈’ 집착 강해 수행전념 못해

섣부른 조언에 포기 ‘아쉬움’


세상에 취할 것 없음을 아는 것도 수행이요. 그런 세상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수행이다.위파사나는 그런 사실을 알기 위하여 일체 경계를 알아차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모(某) 문화센터에 칠순의 할머니께서 위파사나를 수행하러 오셨다. 이 할머니는 모르는 불교교리가 없고 대승경전은 물론이요 좬육조단경좭까지도 배웠다고 하셨다. 대단한 할머니라고 생각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를 가만히 관찰해보니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를 지도하면서 돈에 메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강조하였고 자신이 얼마나 강하게 돈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라고 하였다. 하루는 할머니께서 불만에 차서 세상이란 돈으로 움직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데 왜 돈을 버려야하느냐고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돈을 놓는 것이 하나요 돈을 잡는 것은 둘인데, 이 하나와 둘을 자유롭게 해야 할머니께서 배우신 중도(中道)의 이치를 진정으로 알 수 있으며 돈의 출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돈에 묶인 마음을 보라는 것이지 자신이 소유한 돈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할머니는 돈이 없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보려고 하지 않으셨다.

돈은 많지만 돈을 잡고 움켜쥐려는 마음이 강해서 돈을 쓸 줄도 모르고 매우 인색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반작용으로 자식들과 친척들은 그 돈을 빼내 쓸 궁리나 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할머니는 더욱 돈을 움켜쥐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허전한 마음을 채우려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고 또 못다한 학업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 온갖 경전도 읽었지만 돈에 대한 애착은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다.

나는 돈에 묶인 할머니의 마음을 풀려고 노력했다. 한 시간씩 일찍 나가서 개인지도도 했고 불교교리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돈에 대한 생각을 관찰하고 버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강하게 지도를 하니 할머니는 목숨보다 소중한 돈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했고 결국 수행을 그만두시게 되었다.

이런 일을 겪은 후 나는 수행지도자는 방편도 뛰어나야 된다고 느꼈다. 아직 받아드릴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가장 무거운 업장을 무조건 살펴보라고 하였으니 떠날 수밖에….

지금은 그 날의 경험을 교훈 삼아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가르치려는 마음도 없이 인연 닿는 대로 근기에 따라 지도한다. 요즘은 돈을 탐착하는 이에게 “돈을 다 내려놓는다 하여도 집에 있는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수행 할 때만큼은 돈에서 자유로우세요”라고 하면서 돈을 내려놓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돈이 중심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어찌 돈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돈에 대한 마음관찰은 소유한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모든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말법시대에 중요한 수행이다.

위파나사 수행은 항상 깨어있어서 신(身) 수(受) 심(心) 법(法)의 낱낱 경계를 알아차리는 것이나, 수행 초기에 이를 모두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돈이 들고 날 때는 강한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때만이라도 일어나는 마음을 관찰한다면, 좋은 방편이 되리라 본다.


강명희 박사/위파사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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