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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아! 붓다』/반디미디어

기자명 이학종

‘순간에 전념’이 수행의 시작

경험·비유 통해 교리 적확히 해설

일상에서의 다양한 수행법 소개


세계적인 종교지도자 틱낫한은 스님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명상가로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소개되거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의 면면은 거의 다 명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틱낫한을 스님이 아닌 명상가의 측면을 애써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출간된 틱낫한 스님 저술 편집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의 책을 낸 거개의 출판사들은 의도적으로 그의 책에서 불교적 색채가 짙은 내용을 삭제했다는 것은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틱낫한은 누구인가? 스님인가, 아니면 스님의 모습을 한 명상가인가? 불교저술가 진현종씨가 연초에 번역해 내놓은 책, 『틱낫한 스님의 아! 붓다』(반디미디어 간)는 이런 의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틱낫한 스님이 얼마나 훌륭한 스님인지를, 또 그의 탄탄한 교학적 토대와 불교적 수행이 얼마나 치열하고 적확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이유로든 왜곡되게 이해되었던 틱낫한 스님의 진면목을 몰록 드러내주는 역저라 해도 틀리지 않다.

이 책은 불교의 핵심적 교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틱낫한식 불교해설서인데, 두드러진 장점은 해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교리가 어떻게 수행으로 이어져야 하는가를 아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교리해설서이면서 수행지침서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음유시인이나 영성지도자로 인식했던 틱낫한 스님이 교학과 수행을 생활 속에서 아주 철저하게 실천하는 수행자임을 알게 된다.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사성제, 팔정도, 12연기, 육바라밀, 삼해탈문, 삼법인, 사무량심 등 불교의 핵심교리를 자신의 경험담과 일화를 곁들여 풀어가면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적절한 비유와 설명 솜씨는 비유의 왕으로 불렸던 붓다를 연상시킨다. 현대인들이 이 가르침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고통이나 아픔이 기쁨과 평화, 자유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수행법을 통해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보살 또는 전법사로의 철저한 사명감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전념(專念·mindfulness)이다. 역자는 mindfulness를 전념이라고 번역했는데 적절한 옮김으로 보인다. 전념이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전념, 즉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뜻이다. 숭산행원 큰스님이나 그의 제자 현각 스님이 자주 사용해 잘 알려진 ‘오직 ∼할 뿐’이라는 개념과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밥을 먹는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 밥을 먹어야 하고, 똥을 눌 때는 최선을 다해 똥을 누라는 가르침은 우리의 삶을 순간순간 최선(最善)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바로 이것, 전념은 틱낫한 수행법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른바 틱낫한 스님의 대명사가 된 행선(行禪)이나, 플럼 빌리지에서 적용되는 모든 수행법도 전념으로의 지향에 다름 아니다.
저절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마음은 잠시도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하고 전광석화처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있다는, 우리가 고해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렇게 쉼 없이 딴전을 피우고 있는데서 비롯된다는, 그러므로 모름지기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전념이 필수적이라는 가르침이 각 장의 구구절절에 짙게 배어있다.

전념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세상이 정토지만 전념할 수 없다면 고해라는 전제아래, 우리의 마음수행에 따라 고해가 어떻게 행복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감이 없지 않지만 틱낫한 스님이 제시하는 수행법이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이끌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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