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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돌지 말고 내실부터 다져라”

기자명 박희택
내실(內實)과 외화(外華)는 이론적으로 상응관계를 맺고 있다. 안이 튼실할 때 그 건강미는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역도 성립한다. 그러나 이론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은 내실과 외화를 모순관계로 변질시키고 있는데, ‘빛좋은 개살구’란 우리 속담이 이 점을 잘 말해준다. 시고 떫기만 한 개살구가 빛은 좋다는 것이다.

모순관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마이너스적 동학(dynamics)이 역동하고 있다. 내실을 담보하지 않고 광고와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든지, 시간에 쫓겨 ‘빛좋은 개살구’를 데뷔시키는 방송과 신문의 속성이 자리잡고 있다. 부끄럼없이 자기PR에 여념없는 세태와 불러내기를 좋아하는 언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 자랑할 내실이 없어서 나타나지 않겠다는 이를 가만두지 않게 된다.

오늘날의 한국불교를 봐도 내실과 외화의 모순은 작지 않다. 조선조 오백여년과 일제 사십여년의 질곡과 왜곡을 거친 이 땅의 불교가, 해방 이후 반세기를 거치면서 정화와 종권분쟁 등의 심대한 아픔을 노정(露呈)하면서도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자생적 역량을 갖춘 것에 스스로 위로할 수 있을지언정, 국민대중과 사해인류에게 자랑할 내실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실을 말하기에는 질곡과 왜곡과 아픔의 역사가 길고 깊었던 것이다.

우리 불교에 대해 외화를 말하고 있다면 그것은 필시 내실에 상응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부분적 성과가 있다는 자긍심의 표출정도이다.

한국불교는 명확한 종지(宗旨)에 따른 ‘분화’와 초종파적 ‘협동’의 아름다운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였다. 장자종단으로 불리는 조계종과 태고종의 관계는 분화가 아닌 분열이었으며, 그것이 일제 식민지불교의 유산정리라는 불가피한 귀결이었다고 하여도, 향후에 바람직한 협동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신흥종단들을 보자. 4대 종단의 두 축으로 불리는 진각종과 천태종은 포교와 교육과 복지불사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종단역사가 반세기 남짓한 시점이어서 중간평가에도 이르며, 중간평가를 거친 최종평가를 받을 시점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여타종단에 비하여 맑은 재정운영과 짜임새있는 인재양성 등으로 기대받고 있으나, 두 종단을 아끼는 불자일수록 이 두 종단에 대한 애정어린 주문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진각종과 천태종이 내실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처럼 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종단은 교리, 수행, 응화(應化, 대사회적 실천)의 세 방면에 걸쳐 신행체계를 보다 견고하게 정립하는 일에 배전의 정진을 해주길 바란다. 언론 또한 두 종단의 내실견고화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 주었으면 한다. 언론의 속성상 외화에 주목하기 쉬운데, 한국불교의 희망이라 할 두 종단에 대해서도 언론이 이를 조장한다면 한국불교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의 종단들도 역사의 장단과 규모의 대소를 떠나 분명한 교화문을 가지고 중생제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그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다. 다만 종단이름을 알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내실 이전에 외화를 앞세운다면 자괴(自壞)의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숫타니파아타』의 말씀이던가. “얕은 강은 소리내며 흐르지만, 깊은 강은 소리없이 흐른다”고. 외화가 거창할수록 그 실상은 내빈(內貧)에 가깝다는 점을 새삼 새겨, 새해는 한국불교가 단위조직별 평가체계 도입과 신도들의 참여에 의한 발전모델 구축 등 내실다지기에 보다 매진하여 스스로 희망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희택/회당학원 법인사무처장
htpark@mail.uid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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