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교폄하 발언과 관련해 전국 사찰에 “정청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불교계의 공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원이 뒤늦게 사과를 표명했다. 특히 정 의원은 서울 조계사를 직접 찾아 사과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조계종 총무원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정 의원은 11월25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사과 방문을 시도했지만, 조계사 일주문에 나와 있던 총무원 기획실장 삼혜 스님을 비롯한 교역직 스님들이 만류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정 의원은 삼혜 스님을 만나 합장 반배 한 뒤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사과를 드리러 왔는데 허락해 달라”고 했다. 이에 기획실장 삼혜 스님은 “지금은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여러 차례 사과방문과 관련해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 다음으로 해 달라 말씀드렸는데, 굳이 오늘 오셔서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재차 “저도 불교 고등학교 출신으로 부처님께 삼배라도 하게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계종 측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이에 정 의원 측은 조계사 일주문 밖에서 합장 반배를 한 뒤 발길을 돌렸다.
서울 조계사를 찾아 사과방문을 시도했던 정 의원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차 불교계를 향해 사과문을 올렸다.
정 의원은 사과문에서 “국정감사 기간에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표현상 과했던 부분에 대해 불교계와 스님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불교계도 국민들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문제제기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국가문화재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유지 보수해야 하는데, 불교계가 사찰문화재를 관리함에 있어 오히려 국가로부터 많은 제약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점에서 면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불교계의 지적을 잘 성찰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불필요한 갈등의 요소가 됐던 문화재 관람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위해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가가 문화재관리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문화재 관람료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해 불교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재명 후보의 대선공약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선의를 갖고 문화재 관람료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표현상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문화재 관람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글을 마쳤다.
그러나 정 의원의 늦장 사과에 대해 불교계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논란이 됐던 발언과 관련해 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사과를 표명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정 의원이 여론에 떠밀려 두 달여가 돼서야 사과를 한 것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사찰에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와 전통을 왜곡한 정청래는 즉각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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