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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앞장서 기독교 신 찬양하는 ‘캐럴’ 활성화 추진

  • 교계
  • 입력 2021.11.29 20:22
  • 수정 2021.12.03 20:55
  • 호수 1612
  • 댓글 17

문화체육관광부, ‘종교계·방송사’ 등과 캐롤 캠페인 추진
“염수정 추기경 제안으로 12월1일부터 25일까지 진행”
불교계 “캐럴은 명백한 기독교 음악…정부가 종교편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기독교 내에서도 “신앙의 즐거움을 표현한 기독교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캐럴’을 대중적으로 활성화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국가적인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찬송가공연으로 얼룩진 국·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선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던 문체부가 ‘음악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불교계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문체부는 11월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종교계(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지상파 라디오방송사(KBS, MBC, SBS), 음악 서비스 사업자(멜론, 바이브, 벅스뮤직, 지니뮤직, 플로)와 함께 12월1일부터 25일까지 캐럴 활성화 캠페인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염수정 가톨릭 추기경이 캐럴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연말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자 제안함에 따라 시작됐다. 캠페인 참여 기관들은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 자주 찾는 커피전문점, 일반음식점, 대형마트 등의 매장에서 캐럴을 가급적 많이 재생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저작권료 납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매장에서 캐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을 감안해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최병구)와 음악 저작권 관련 4개 단체가 운영하는 ‘매장음악공연권료불편신고센터’를 통해 저작권료에 대한 안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부처가 나서 저작권료 문제까지 해소해주면서 모든 매장에서 캐럴을 틀도록 강요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마저 빼앗는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캠페인에 맞춰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채널별 주요 프로그램에 캐럴 기획코너를 새롭게 만들고, 보이는 라디오 자막 등을 통해 캐럴과 캠페인 광고를 송출한다. 음악서비스 사업자들도 캐럴 홍보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와 일반인들에게 이용권(30일권) 총 3만장을 제공한다. 아울러 저작권위원회 누리집(공유마당)에서는 캐럴 음원 22곡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문체부 대변인실 디지털 소통팀도 이 기간 ‘공유마당’의 음원을 문체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소개한다. 한동안 음원 저작권 문제로 사라져가던 캐럴을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부흥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캐럴 캠페인은 정부가 기독교 선교에 앞장서는 노골적인 종교차별이라는 비판이 많다. 캐럴이 상업화와 맞물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캐럴은 애초 선교 음악으로 기독교계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신앙의 즐거움 표현한 노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비롯한 캐럴들에도 기독교의 신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이 숱하게 등장한다. 특히 문체부 보도자료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단체들이 참여한 기독교계임에도 마치 종교계 전체의 의견을 모은 것처럼 ‘종교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기만이라는 지적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 스님은 “다종교사회에서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정부부처가 특정종교를 선교하는 것이 과연 모든 국민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이는 정부 차원에서 특정종교를 선양하고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윤소희 한국불교음악학회 학술위원장도 “캐럴이 오늘날 서구의 영향으로 상업화되어 있기는 하나 근본은 기독교 음악”이라며 “과연 정부부처에서 부처님오신날에도 똑같이 찬불가 캠페인을 펼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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