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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인심(直指人心)

기자명 김태완
마음을 찾되 경계에 의지 말아야

분별심 넘어서야 진면목 발현


불경의 가르침을 방편설(方便說)이라고 한다. 본래의 실법(實法)은 말로써 나타낼 수 없는데, 말을 수단방편으로 삼아 실법을 암시한다고 하여 방편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설법(說法)을 듣고서 그 말의 뜻만 이해해서는 실법을 알았다고 할 수가 없고, 말 너머에 숨겨진 실법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래서 방편의 말씀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고, 배우는 자는 손가락에 머물러 있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한다고 한다.

조사선(祖師禪)은 방편과 실법을 둘로 나누지 않는다. 직지인심(直指人心)이다. 마음법을 바로 가리켜 보일 뿐, 달리 방편을 두지 않는다. 공부하는 사람은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석가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올린 것은 마음을 바로 가리켜 보인 것이지, 꽃을 들어올리는 행위 뒤에 숨어 있는 비밀한 뜻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조주 선사가 “뜰 앞의 잣나무이다.(庭前柏樹子)”라고 답한 것은 마음을 바로 가리켜 보인 것이지, 잣나무를 통하여 다른 비밀한 뜻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찾아야 할 비밀한 뜻이 따로 있다면, 법(法)은 이법(二法)이 되어서 분별심으로 떨어지게 되어 불이법(不二法)과는 어긋나 버린다.

마음은 바로 지금 아무 부족함 없이 드러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이 마음이다, 저것이 마음이다 하고 세워서 찾으려 하면 어긋난다. 머리를 가지고 머리를 찾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찾아서 확인하지 않으면 언제나 경계에 구속되어 끄달려 다니기만 하는 중생일 뿐이다. 마음을 찾되 경계에 의지하지 않고 찾아야 하는 것이다. 육체의 감각이나 감정이나 기분이나 생각이나 욕망이나 느낌 등과 같이 이것이다 저것이다 하고 분별되는 것에서 마음을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면 분별심을 따라서 경계에 머물러 버린다.

마음은 머뭄 없는 곳에서 확인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찾는 자세는 마치,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고 싶으면서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다만 배고픔을 달래고자 하는 간절함만 있을 뿐임과 같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없는 프시케(Psyche)와 같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면서도 길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은산철벽에 꽉 막혀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분별심이 어떻게도 손을 쓸 수 없어서 꼼짝없이 손을 놓아 버릴 때, 문득 본래면목이 확인되는 체험이 온다.

그러므로 꽃을 들어올리는 것이 바로 마음이고, 뜰 앞의 잣나무가 바로 마음이다. 여기에서 무슨 숨은 뜻을 찾는다거나 앞을 내다보거나 뒤를 돌아보거나 옆을 살펴서는 안된다. 분별심이 어느 쪽으로도 나아가지 않을 때, 바로 지금 눈 앞에 다른 것이 없다. 스스로 끄달림 없이 의지함 없이 머묾 없이 불안 없이 활동하고 있음을 바로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 마음에 발 딛고 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 한결 같이 직지인심이다.


김태완 박사/무심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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