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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수행하면 책 멀리해야 하나요?”

기자명 현웅 스님

관념 세계에만 빠지면 실제 수행 곤란

Q : 선(禪)하는 사람들은 책을 멀리하라고 합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책 속에 진리가 있다고 배워온지라 이 말이 혼란스럽습니다.

A : 수행을 하기 위해서 책을 볼 때 이해를 잘 해야 합니다. 불교 경전에서는 공(空)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보통 사람들은 경전에서 ‘공이다’라고 읽고 그만 둡니다.

그러나 공을 경험한 사람은 거기다 공이라 써놓고 어떤 사람이 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면 “공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행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그런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가 없이 책을 읽으면 그때는 지혜를 놓친 관념의 세계에서 읽기 때문에 우리의 두뇌가 지쳐버려서 실제 수행을 할 때 아주 큰 방해를 받습니다. 그리고 깊은 뜻을 놓치고 맙니다. 아는 것과 지혜는 이렇게 다른 것입니다.

전통적인 선에서는 깨달은 뒤에 책을 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책을 봐야 이해를 하고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반야심경이나 선어록에 보면 공(空)이나 무(無)란 말을 자주 보게 됩니다.

공을 경험한 사람은 쓰기는 책에다 공이라고 써놓고, 당처에서 공을 알았다는 사람이 와서 물어보면 공을 경험한 사람은 날카롭고 힘 있는 어조로 “공도 아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말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공도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살아있는 말이고, “공이다” 할 때는 죽은 말인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책을 보는 것은 죽은 사람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죽은 사람을 흔들어 깨워보려 하지만 안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을 가장 정확하게 가르치는 문화가 선(禪)입니다. 이것은 천년을 넘게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우리가 불교를 이해하기를 공(空)은 없는 것으로, 대게 지식인들은 그런 식으로 불교와 선을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만약에 지식으로 불교를 가둬 오래 두면 사람은 굳어지게 되고, 성격이 날카로워지며, 필요 없는 긴장만 몸에 남게 됩니다.

선은 깨닫는 공부인데 깨닫는 공부라는 것은 자기 내면의 지혜가 부처의 지혜와 똑같다는 것을 경험하는 길입니다. 경험해서 자기의 어두운 생각, 전도된 생각을 고루 밝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해만 해서는 공부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알음알이라 하고 의리선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으로는 그 어둡고 질긴 의식구조로 지혜를 가려버린 우리들의 심층을 부셔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우리가 잘 구별 못하면 똑같이 선을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고 삶에 큰 변화도 오지 않아 지루함을 느끼고 마침내는 포기합니다. 포기하면 포기하고 잘 사는 길이 있으면 좋은데 자기의 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기 때문에 나머지 인생은 지혜 없이 사는 것이 됩니다.


현웅 스님/미국 버클리 육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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