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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서 사바세계로 온 뜻은

기자명 이미령

탐욕에 눈먼 중생구제 위함이라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이 사바세계에서 노니시며, 어떻게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시며, 방편의 힘은 그 일이 어떠하나이까?”

무진의보살은 』보문품『에서 딱 두 번 부처님께 여쭙습니다.

첫째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에 담긴 뜻을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 이름을 설명하시면서 저와 같은 중생들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쉬지 않고 부르라고 답하셨습니다. 즉 구제를 바라는 중생의 입장에서 설명한 부분입니다.

이제 두 번째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관세음보살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에 머물고 계신가, 중생을 위해서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법을 설하시는가, 어떤 수단(방편)을 쓰고 계신가하는 것입니다. 구제를 펼치는 관세음보살의 입장을 설명하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질문 하나만 보더라도 ‘아, 이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를 펼친다는 것이 진짜 어렵긴 어려운가보다’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왜냐면 다른 부처님나라, 예를 들면 극락정토 같은 곳은 흐르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가 그대로 진리를 읊조리는 설법 소리여서 애써서 법을 설하려 하지 않아도, 시간을 쪼개어 법문 들으러 좇아 다니지 않아도 자연히 법을 듣고 수행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법을 듣는 이들이 평소 쌓아온 덕행의 차이에 따라 깨달음을 얻는 데에 빠르거나 느린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 곳이라면 무진의보살의 이런 질문이 오히려 무색할 것입니다.

이제 무진의보살의 질문에서 중요한 단어 두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사바세계’라는 말입니다.

‘사바’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이름입니다. ‘사하’라는 산스크리트어를 소리나는 대로 옮긴 말인데 ‘참고 견뎌야 한다’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괴롭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무량수경』에서 아주 잘 그려놓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잘 것 없는 일들을 다투어 구한다. 악과 괴로움으로 들끓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때문에 허덕이며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간다.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돈과 재물에 눈이 어두워있다. 하지만 사실 돈이 있건 없건 근심 걱정은 떠날 날이 없다. 불안 끝에 방황하고, 번민으로 괴로워하여 엎친 데 덮치고 욕심에 쫓기느라 조금도 마음 편할 새가 없는 것이다. 논밭이 있으면 논밭 때문에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 때문에 속을 썩이며, (중략) 있으면 있다고 해서, 없으면 없다고 해서 걱정하고 한숨짓는다. 때로는 뜻밖에 수해나 화재 혹은 도둑을 만나 재산을 잃어버리고 원통해하고 슬퍼한다.”

온통 괴로움뿐인데도 괴로운 줄 모르고 살아가며, 알더라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 세상 존재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사바세계라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세상을 헤쳐가느라 사람들의 심성은 아주 억세지고 완고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어리석음으로 눈이 어두워 경전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다. 장래 일을 생각지 않고 눈앞의 쾌락만을 따르며, 애욕에 빠져 인륜을 알지 못하고, 화를 내면서 재물과 색을 탐한다.(중략)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세상일에 허덕이며 저마다 가슴에는 독기를 품고 있다. 그러한 독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 함부로 일을 저지른다.”(『무량수경』)

기쁜 일에 맘껏 좋아하거나 도움을 받아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이웃의 불행에 눈물 한 방울 흘릴 줄 모르는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리를 말해주어야 할까요? 사랑의 매를 들고 교탁 앞에 선 훈장님처럼 곧이곧대로 가르친들 어느 누가 귀를 기울이고 눈길을 주겠습니까? 그러니 이 속에서 가르침을 펼치려면 방법이 좋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방편이라고 표현하지요. 무진의보살의 질문에서 또 하나 중요한 단어가 바로 이 ‘방편’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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