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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북부 타시종의 밀교와 강원

기자명 남배현

전통 밀교수행이 살아 있는 곳

1300여m 고봉의 틈바구니에 위치한 인도 북부 타시종(Tashi jong)의 첫 인상은 ‘토굴’과 요가, 선 수행, ‘인간과 자연의 합일’ 등의 말들을 버무려 놓은 듯 하다. 보통의 사람들이 살기엔 척박하다 할 만큼 농토도 기후도 어느 것 하나 풍족한 것이 없지만 거기엔 1400여년 티베트 불교의 전통 수행이 살아 숨쉬고 그 수행법을 진지하게 배우려는 어린 라마들의 영롱한 눈빛이 빛나고 있다. 그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불자라 할지라도 ‘이만한 곳에서 道人이, 성취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라는 말이 얼른 가슴에 와 닿을 정도로 수행 도량으로서의 환경은 때 묻지 않고 청량하기만 하다.

달라이라마가 주석하고 있는 다람살라야 이젠 티베트 불교의 수행 성지이자 세계 불자들의 정신적인 고향으로 이름 나 있지만 타시종은 아직 한국의 불자들에게 낯설다. 유럽의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티베트 4대 종파 중 하나인 카규파의 스님이 되어 12년 간 동굴 수행에 매진한 뗀진 빨모 스님(좬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좭의 주인공)으로 인해 그 이름을 한두번 들어 봄직한 곳이 바로 타시종이다. 달라이라마가 지난 59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울 당시 뗀진 빨모의 스승인 8세 캄툴 린포체와 독댄, 암틴 등의 고승은 이 곳 타시종에 티베트 전통의 밀교 수행을 가장 잘 구전 전승해 오고 있는 종파인 닝마와 카규파의 수행 도량을 세우기 시작했다. 타시종을 지키고 있는 티베트 고승들의 수행력으로 지난 40여년간 티베트 불교의 전통 수행은 전승될 수 있었고 지난해 8월 방사 40여 개와 60여 평 규모의 법당을 갖춘 강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타시종에선 9세 캄툴 린포체를 스승으로 받들며 약 200여명의 수행승들이 티베트 전통 방식에 따라 정진하고 있다. 타시종이 인도의 대표적인 티베트 수행처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밀교 수행을 성취한 큰 스승이 주석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제자들이 계속해 이 곳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강원의 고승이나 각 수행법의 스승들은 해마다 한 차례 5∼6세의 어린이를 수행자로 인도하기 위해 네팔의 고산으로 만행을 떠난다. 이 곳에선 이 만행을 “사미를 시주 받으러 간다”고 표현한다. 네팔 역시 불교의 정신이 살아 있다 보니 아이가 서 너 명이 있는 가정에선 타시종 스님들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여 아들이 스님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낸다.

캄툴 린포체의 제자인 뗀진 빨모 스님은 타시종 내에 출판과 홍보를 위한 사무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타시종에서 10여km 떨어진 곳에 비구니 교육 도량인 ‘동규 가찰링’(Dongyu gatsal ling:아름다운 깨달음의 전승 동산)을 조성해 티베트의 비구니 계맥을 복원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동규 가찰링에선 21명의 비구니들이 뗀진 빨모 스님의 지도로 요가 수행과 교학, 만트라(진언), 티베트의 기초 수행 등을 수학하고 있다.

<사진설명>타시종의 스님들이 지난해 8월 캄툴 린포체를 법주로 받들고 강원의 완공을 축하하는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타시종의 일대 전경.

스님들의 대중 생활을 위한 방사와 강원, 기도 도량 등을 산의 중간 중간에 계단식으로 지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파른 타시종은 마을 전체가 수행 도량이다. 마을 중심을 가르는 길 좌우로는 법당이 있고 큰스님들의 ‘獨 살이 수행’을 위한 작은 도량들이 즐비하다. 도량이 수행의 틀이라면 스님들은 도량이 그 본래의 기능을 다하게 하는 동력일 것이다. 세납 5세 가량의 어린 사미승에서부터 80의 고승은 늘 각자의 수행에 매진한다. 물론 강원의 학인들은 매일 오전 6시 일어나 기도하고 보리 가루인 ‘짬빠’와 차를 든 후 다시 강단에서 교학을 습득하는 대중 생활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학인들은 20여 년 간 아비달마를 비롯해 반야경, 율장, 중론, 인명 등 5개의 큰 경전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 공부한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스승의 인례로 무문관에 들어가 본격적인 밀교 수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개 무문관 수행 전, 그러니까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직접 전수 받는 밀교 수행 전에는 기초 수행을 하는 데 오체투지 수행과 만다라 공양, 금강살타 만트라 등을 10만 번 회향하는 것이 기초 수행의 과정이다. 10만이란 숫자에는 ‘이번 단계의 수행을 완벽하게 마친 후 다음 단계의 수행에 매진하겠다’는 티베트 특유의 수행 정신이 배어 있다. 티베트 불자들의 수행 필수품인 염주가 우리와는 다르게 110개인 것도 수행을 완벽하게 회향하려는 정신이 담겨 있다. 진언을 외우건 오체투지를 하건 한순간 정신이 흐트러진 채 실행한 정진은 회수에서 제외하기 위해 염주 수가 110개인 것이다.

타시종에 살고 있는 티베탄 수는 스님을 포함해 대략 400여명 안팎이다. 상업이나 목축에 주로 종사하는 티베트 재가 불자들은 10을 벌면 8은 자신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원만한 수행을 위해 보시한다. 자신이 조금 적게 먹고 가난하게 살아갈지라도 보시를 잊는 일은 없다. 이러한 보시행과 ‘다음 생엔 반드시 스님이 되어 분별망상의 기운을 끊고 해탈하리라’란 원력은 망명의 고통도 잊은 채 살아가는 티베트 불자들의 삶의 희망이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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